2008년 들어서 경상수지가 6월 한 달만 흑자였고, 8개월 동안 적자였다가 10월에 49억불의 흑자를 기록했다. 10월까지 누적적자는 90억불이다. 10월의 흑자는 반가운 일이지만 우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흑자의 원인이 유가, 원자재가격 등의 하락과 원화가치 하락(대미, 대일 환율 상승)으로 해외여행이 줄면서 서비스수지가 큰폭으로 감소한 때문이지 정상적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나서 흑자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니다.

GDP의 70퍼센트가 수출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수출이 잘되어야 경제가 살 수 있다. 제값 받고 되도록 비싼 값 받는 고부가가치제품의 생산, 수출이 바탕이 되어야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탄탄해 지는 것이다. 10대 수출주요품목의 기술수준이 세계최고의 ‘73%센트 수준’이며 ‘6.8년’뒤져 있다.(교과부 11월27일발표) 세계의 중요세부기술 4천개 중 한국은 1퍼센트 미만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세계경영연구원)

이러한 수출기반이 지속되면 일본,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기술종속’상태가 고착되어 끝내 ‘자본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 허약한 기반을 굳건하게 다져나가야 한다. 국가적 ‘기술비상사태’를 선포할 시점이다. 나는 2000.1.12일자 동아일보에 ‘획기적 과학기술정책-기술비상령을 선포하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만 9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나의 제언은 유효하며 보태고 뺄 것이 없다.

2008.11.28
박찬종 올바른사람들 공동대표

2000.1.12일자 동아일보 사설
[기고]박찬종/획기적 科技정책 필요

미국 MIT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97년 외환위기 전에 한국경제가 기술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경제의 틀로 전환하지 않았으면 구조적 위기가 온다고 충고했다. 그는 작년 말 도쿄에서 2000년 말에서 2001년 사이에 미국 환율은 실물보다 고평가된 주가의 거품이 빠지면서 폭락할 것이고 그 결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예측이 적중치 않기를 바라지만 전 지구적으로 동시에 1000억∼2000억 달러가 거래되는 사이버 금융시대에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경제의 기반구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의 전환,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생산체제의 중복과잉 투자해소에 대한 방안이 확실치 않다.

산업구조를 재편해 체질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바탕은 기술의 발전과 축적이다. 4000여 가지 세계 최고기술 가운데 한국의 것은 1%도 안된다. 그나마 낫다는 정보 전자 통신 분야도 8건으로 미국의 2%, 일본의 3.4% 수준이다. 한국의 자랑이라는 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CDMA) 휴대전화는 95∼99년 기술료와 핵심 칩값으로 18억 달러이상을 지불했다. 98년에 반도체 170억달러어치를 수출하는데 부품과 장비 등을 120억달러어치 수입했다. 한일무역 역조가 개선되지 않고 심화되는 것도 기술 낙후 때문이다. 2005년까지 획기적 변화가 없으면 범용품(凡用品)분야는 경쟁력을 상실해 수출할수록 적자만 쌓일 것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95년 24위에서 98년 28위로 처지는 ‘기술빈국’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총합(總合)연구소는 기술축적을 위해 기술도입 방식과 병행해 일본과 반도체 자동차 분야 생산체계의 전략적 제휴를 권고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기술이전은 시스템 전부를 이전받아 제품생산을 할 수 있으나 3∼5년 지나면 사양화돼 새로운 이전 대상을 찾아야 한다. 이런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조형 등 기초기술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 전자분야의 ‘벤처’도 기초기술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과학기술의 향상은 5∼20년 장기계획 아래 지속적으로 밀고가야 비로소 성과가 난다. 드골은 58∼68년 10년 집권기간 과학기술장관을 교체하지 않고 재정적자에도 과감한 투자를 해 프랑스가 기술강국으로 우뚝 서게 했다. 드골 퇴임 후 ‘엑조세’미사일의 전자첨단기술, ‘에어버스’의 항공 첨단기술 등의 성과가 나타났다.

80년대 이후 과학기술 행정은 혼돈에 빠졌다. 특히 지난 2년간 구조조정과정에서 대덕연구단지 등 공공 민간연구소 할 것 없이 인원감축 등 연구환경이 황폐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부가 폐지 축소 대상에 오르고 지원 예산이 깎이고 장관이 1년마다 바뀌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가 계속되는 한 국가 백년대계로서 과학기술 입국은 요원하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에서 각 부처의 출연연구소를 총리실 산하로 모아 발족한 연합이사회와 존폐시비에 휘말렸던 과학기술부는 제 몫과 기능을 못하고 있다. 연합이사회는 ‘예산심의만 하지 어떤 결정도 총리실이 처리하는 셈’이고 과학기술부는 공중에 뜬 상태가 됐다.

과학기술은 1,2년에 과실을 따먹을 대상이 아니다. 과학기술부를 격상시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연구의 자율성, 지속성, 인사의 중립성, 필요한 연구인력의 보충, 연구과제의 통합조정 등이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고 정치권의 간섭이 배제되는 획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앞뒤의 일본과 중국은 2025년의 국가발전 전략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인다. 우리에게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2000.1.12
<박은선기자> sunney7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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