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하신지 문안드립니다.

2007. 5.16자 서신이 대통령 재임 중 제가 보낸 마지막 글이 되길 염원했으나, 오늘 다시 펜을 들 수 밖에 없는 저의 심정은 절박합니다.

대통령님께서 6월 2일 <참평포럼>에서 며칠 동안 자정을 넘기면서 까지 손수 작성한 200자 원고지 300장 분량의 원고를 4시간에 걸쳐서 연설한 것이, 뇌성 벽력같은 울림으로 저의 귀와 눈을 멍멍하게, 따갑게 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분량의 연설, 온몸을 쏟아 부을 듯한 동작, 몇 몇 꼭지점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리 찍는 비수(匕首)같은 말의 섬광 등 4시간에 걸쳐 보여준 대통령님의 모습은 인간 노무현의, 自然人의 像 그대로였습니다. 차라리 드라마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나를 경멸하는 자들과 내가 경멸하는 자들”에게 敵意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말인들 못할 말이 없겠습니까? 할 수 있고 해야 합니다. 그것은 모두가 自然人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스스로에게 물어 봅니다.
자연인인 개인의 경멸과 적의의 분출의 자유가 국가원수의 책무사이에서는 어떻게 조화되어야 하는가?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며 행정부의 수반입니다.
한나라의 으뜸가는 우두머리인 元首직이 행정부 수반 직보다 위에 있습니다.
나라의 으뜸가는 우두머리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감싸고 묶는 求心點에 서 있어야 하며,그것이 헌법이 요구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自然人의 모습은 마치 따로 있는 것처럼 공식석상에서 섣불리 들어내지 않고 가슴속에 깊이 자리해야 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요구는 지켜져야 합니다. 억울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국가에너지 낭비, 어찌하면 좋습니까?

대통령님, 6월 2일의 공개석상에서의 연설은 국가원수의 襟度, 品格, 節制力, 平常心을 잃은 가운데 행해졌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님의 그 연설에 쏟아부은 엄청난 노력과 그 후폭풍은 국가에너지를 크게 낭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님의 남은 임기 8개월 동안, 그 연설보다 전심전력으로 몰입하여 풀어야 할 국정과제들이 분명히 따로 있는데, 그 연설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또한 그 연설의 후유증으로 국회, 국회의원, 정당들이 대통령님과 角을 세우고 당면한 민생은 제쳐둔 채 (아예 제쳐 둔 지 오래지만) 대결, 논쟁에 시간을 낭비하기 시작했고, 오랜시간 지속될 듯 합니다.

이 엄청난 국가적 에너지 낭비, 국민에게 누가 책임지며 어떻게 언제 보상할 것 입니까?

대통령님의 말과 행동, 시책이 한나라당이 수구, 부패세력으로 온존(溫存)하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헤아려 봤습니까?

대통령님의 이번 연설로 한나라당은 敵意를 돋구면서 단단히 달려들 태세입니다.
임기 후 까지도 추격해보자고 신발 끈을 고추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불과 1개월여 전의 4.25재보선의 참패의 원인을 살펴서 개혁을 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철저히 깔아뭉갰습니다.
그리고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반국민적이며 기만적인 <더러운 경선>의 행태를 혁파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저렇게 태연할 수 없고, 오히려 그 전보다 기세가 등등해 졌습니다.

이른바 기자실 통폐합을 통한 <선진취재 지원방안>의 경우 一理는 있되 대통령님의 입장에서는 百害를 떠안고 돌파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습니다. 이 파동 역시 명분은 고사하고 엄청난 국가에너지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어떻든 이 파동의 백미(白眉)는 5共시절 언론탄압에 직접 책임있는 한나라당의 고위당직자가 진나라 환관 조고(趙高)가 사슴을 말이라고 우긴 일을 빗댄 <指鹿爲馬지록위마>의 전철을 대통령님이 밟고 있다고 비난한 대목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의 행적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하거나 반성한 일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으로부터 <노무현>이가 <趙高>에 비유된다? 제가 생각해도 억울한 일입니다.
비유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한나라당의 현상과 실체는 이런 것입니다.
이 현상과 실체를 계속 이어가도록, 그 반국민적 기득권을 지켜주는데, 대통령님의 말과 행동, 시책이 기여하고 있다면, 뒷날 <노무현시대>를 어떻게 평가받을 것 같습니까?

두려움을 가지셔야 합니다.
더 이상 한나라당의 개혁을 발목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국회의원(8위), 정당(9위), 국회(10위) -
꼴찌의 정치-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
이대로 방치하고 임기를 끝낼 것 입니까?

지난주일 한국갤럽의 국가의 10개 기관의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정치권 3개 기관이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3개 기관의 신뢰지수는 미미하여 참담한 수준이며, 실질적으로 신뢰도가 “제로”라고 봐야 합니다.
개혁대통령 노무현시대의 임기 말의 정치권 성적표입니다.

집권당은 3년 전에 100년 가는 개혁정당 만든다고 했는데, 지금 저 꼴로 야단법석이고, 한나라당은 개혁이란 말조차 입에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국정과제 중 개혁대통령임을 자부하는 대통령님께서 임기 말에 도전해야 할 최우선 과제중의 첫째가 국민신뢰도 꼴찌의 정치권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국회가 相生아닌 相爭의 터가 된 것은 국회의원의 자율권(헌법 46조)이 원천적으로 박탈되어 국회가 국민대표자회의가 아닌 정당파견자회의로 전락하여 당리, 당략만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의 자율권 보장은 정당의 공천이 투명,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서 당선됐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의 정당들은 진성당원이 사실상 없는, 붕당 수준에 있고, 따라서 공천은 주민의사와 무관한 밀실, 야합, 암거래로 이루어져 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국회의원 줄세우기는 이런 사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줄을 서야 공천 보장받는, 18대 국회의원 직의 立稻先賣, 賣官買職이 부끄러움 없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협박죄, 공무집행방해죄)입니다.
이런 행위는 현재 한나라당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고 대통령님도 목격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작태가 대통령이 됐을 때 국회가 당리당략의 상쟁터를 강화하는 부메랑이 된다는 것을 저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당체질, 국회의원의 공천행태, 국회의 相爭터를 혁파하기 위해서 대통령님이 헌법 수호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것을 촉구 드립니다.

정당의 조직, 목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의사 수용에 필요한 조직을 갖도록(헌법 8조 2항) 한 이 조항을 수호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공천의 밀실, 야합, 암거래 등 불법성은 이 조항에 위반되며 정당해산 사유가 됩니다.(헌법 8조 3항)

대통령후보 경선과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투명하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각각 국민경선제와 주민경선제의 채택입니다.

국회의원 선출의 공정성이 담보돼야 국회의원의 자율권이 보장되는 것이므로 자율권 침해행위를 엄격히 처벌토록 정당법, 국회법을 거기에 맞춰 개정해야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한 때 한나라당에 연정 제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국회가 “相爭터”이기 때문입니다.
국회가 정당의 패거리 싸움터가 된 것은 이참에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자율권을 가진 국회의원 개개인과 정책, 법안을 의논해서 타협하는 相生의 터로 전환해야 합니다.

대통령님,
대통령은 헌법수호의 최후 보루이고, 이를 지킬 권능을 가졌습니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대통령은 대통령입니다.
아무도 대통령을 대리, 대신할 수 없습니다.

“꼴찌의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서 <참평포럼>때와 같은 200자 원고지 300매 분량의 대국민 담화문을 작성하고, 국민을 설득하십시오, 할 수 있고 해야만 합니다.

白凡선생의 國家興亡, 匹夫有責의 절필휘호의 정신을 받들어, 글을 드립니다.

건승을 기원하며, 결단을 기대합니다.


2007년 6월 7일
朴 燦 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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