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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최강욱 유죄 판결, 관행이 되어버린 ‘반성없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8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한마디로 최 대표가 조 장관 아들에게 발급한 인턴 경력서는 가짜였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제판부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위법행위에 있어서 행위자의 진지한 반성도 양형에 상당히 반영되는데 최 대표에게는 유리한 양형 요소가 없다." 그러니까 최 대표의 반성없는 태도가 징역형을 선고하게 만든 한 이유임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지적을 한 1심 선고 이후에도 최 대표는 여전히 반성없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재판부가 사용하는 용어 자체부터 그간 검찰이 일방적으로 유포한 용어와 사실관계에 현혹되고 있었다." (1심 판결 후 소감) "지치지 않고 꺾이지 않겠다." (1심 판결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

최근 이동재 채널A 기자와 관련한 허위사실을 SNS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데 대해서도 최 대표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에 앞장서겠다 한 사람이 짊어져야 할 숙제로 생각하고 잘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자신에 대한 기소를 보복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을 드러낸 바 있다.  최 대표가 유포했던 주장들이 허위로 판명되었어도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보복이라는 주장만 하는 셈이다.

다시 2심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더라도 이쯤 되면 일단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공당의 대표까지 맡은 정치인의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현재의 집권세력 쪽에 있는 인사들은 법원이 사실에 근거해서 판결을 내려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모습이 관행처럼 되고 있다.

정경심 교수가 1심에서 실형선고를 받았을 때도 그러했다. 당장 남편인 조국 전 장관이 꺼낸 말은 “가시밭길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조 전 장관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나 보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법원이 591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조목조목 지적한 거짓 주장들에 대한 사과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고 1년 내내 윤석열 몰아내기에 몰두하다가 결국 혼자 사퇴해야 했던 추미애 장관도, 스스로를 순교자처럼 여기는 글들을 페이스북에 계속 올렸다. 그의 페이스북 담벼락에는 “휘어지면서 바람을 이겨내는 대나무보다는 바람에 부서지는 참나무로 살겠습니다!”라는 글이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자신은 ‘바람에 부서지는 참나무’인 것이다. 바람 앞에서 휘어지기 보다 부서지기를 선택한 장관의 비장함은 계속 이어진다.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습니다.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습니다.”

“검찰개혁의 과제를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절박한 국민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기에  저의 소명으로 알고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설사 부서지고 상처가 나도 이겨내려고 합니다만 저도 사람인지라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고, 저로 인해 피해를 보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법무부 장관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권력을 십분 이용하여 법규를 뛰어넘는 윤석열 몰아내기를  밀어붙였던 그가, 이렇게 부당하게 핍박받는 피해자처럼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유난히도 집권세력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피해자인 것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언제나 야당과 보수언론과 검찰에 의해 공격받는 약자인 것으로 스스로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아직도 독재정권에 의해 모진 탄압을 받는 민주투사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집권세력이 어떻게 약자일 수 있겠는가. 그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피해자 코스프레일 뿐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왜 자꾸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책임회피를 통해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적 기제다. 심리학자 야야 헤릅스트는 『피해의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피해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과거의 상처나 절망으로 인한 정신적 결핍감에서 생긴 피해의식은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는 태도를 지닌다. 피해의식을 가진 이들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항상 불만에 가득 차 있다. 또한 자신들의 공격적인 성향이나 행위를 정당화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부모를 탓하고, 환경을 탓하고, 세상을 탓한다. 헤릅스트는 이를 두고 ‘피해자의 역할’이라고 정의한다. 즉 자신의 고통과 불행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음으로써 책임회피와 보상심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종의 역할극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집권세력이 보여준 피해자 코스프레도 헤릅스트의 얘기와 다르지 않다. 자신들의 잘못이나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변한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우리는 떳떳하다는 보상심리를 낳고, 지지자들에게는 동정을 호소하여 그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거둔다.

이러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통한 선동은 그 사회가 지켜왔던 옳고 그름의 가치를 전복시켜 버린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행세하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모략당한다. 가치가 무너져서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누가 옳고 그른 가를 분간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피해자 코스프레가 그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이유이다. 가짜 피해자들을 가려내고 누가 책임져야 할 사람인가를 분명히 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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