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GDP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인 –0.2%보다 1.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7일 중구 한은 본관에서 인터넷 생중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낮춘 것과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의 대응이 지금 수준(2단계)에서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리두기) 3단계가 된다면 아무래도 국내 실무경제 회복세가 제약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주가와 환율에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악화하면 성장률 전망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이유에 대해선 “지난 5월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될 것으로 봤는데, 글로벌 확산세는 꺾이지 않았고 최근 국내에선 재확산 중”이라며 “이에 따라 수출과 국내 소비 개선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또한 “2분기 수출 실적이 예상에 못 미쳤고,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와 집중호우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앞으로의 경제 성장 흐름은 사실상 코로나 전개 상황과 정부 대응, 각 경제주체의 행태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가 실제로 ‘역성장’을 경험한 건 1980년(-1.6%), 1998년(-5.1%) 등 2차례 밖에 없다.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마이너스(-1.6%) 성장을 예상했던 2009년조차도 실제 성장률은 0.8%였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외환위기 당시(1998년) 이후 22년 만에 첫 사례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며 “수출 감소 폭이 다소 줄었으나 민간소비 개선 흐름이 약화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도 제약되고 건설투자는 조정세가 이어졌다”는 경기 진단을 내놨다.

이어 “큰 폭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고용 상황도 계속 부진했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의 회복 흐름은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 등으로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만약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없었을 경우 성장률을 –1%대까지 하향 조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긴 장마와 집중호우도 3분기 경제성장률을 0.1∼0.2%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반면 정부의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재정 지출은 올해 연간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한은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진정 시점이 내년말 이후로 늦춰지고, 국내에서도 이번 코로나19 재확산 상태가 겨울까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은 -2.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기본 가정보다 국내외 코로나19 확산 진정 시점이 앞당겨지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역성장 폭이 0.9%까지 줄어들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