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중요한 것은 ‘민주적 투명성’과 ‘사회적 연대’
‘최초병 환자’라는 별명, 오히려 자부심으로 여겨
해고 없는 도시 등 전주형 복지는 사회적 방파제 역할

 김승수 전주 시장이 지난 6월 23일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적 투명성과 사회적 연대'라 강조했다. <사진=폴리뉴스 안채혁 기자>
▲  김승수 전주 시장이 지난 6월 23일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적 투명성과 사회적 연대'라 강조했다. <사진=폴리뉴스 안채혁 기자>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 6월 23일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20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전국 최초로 이룰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책들이었지만, 정책적 두려움 때문에 아무도 나서지 못했던 것”이라며 “‘담대하게 도전하라’는 전주시의 기조처럼, 그저 담대하게 추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 논의에 대해서 “위기시의 정책은 일반적인 시기와 달리 많은 부분들이 달라져야 한다”며 “중앙 정부는 보편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지자체는 보편적인 정책과 더불어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책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편적으로 가야한다”면서 “증세가 조건이 될 것이고, 결국 조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의 실력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코로나 위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민주주의의 투명성’과 ‘사회적 연대’를 꼽았다. 김 시장은 “만약 행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면, 부자들이  마스크를 독점하여 가난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얻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시민들의 배려, 헌신, 양보 등과 같은 사회적 연대가 없었다면 근본적으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코로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은 다른 무엇보다 ‘민주적 투명성’과 ‘사회적 연대’ 두 가지임을 강조했다. 

또한 김 시장은 “많은 정책들을 전국 최초로 해오고 있어 ‘최초병 환자’라는 별명도 생겼다”면서 “조선시대 이후에 전주시가 정책을 선도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재난기본소득 등 전주시의 정책들이 전주시를 시작해서 전국으로 퍼졌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병 환자’라는 말이 기분 나쁘기보다 오히려 자부심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시장은 전주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고 없는 도시’, ‘유급휴직자 지원’ 등을 언급하면서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는 고용주와 근로자들이 서로 고통을 감수하고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고 없는 도시’는 법적 책임보다 상위의 개념인 윤리적 책임의 문제”라면서 “이러한 정책들은 사회적 방파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유급휴직지원 같은 경우, 중앙정부에서 90% 지원하는 것에 전주시가 나머지 10%를 지원해주고 있다. 근로자들의 고용보험 6개월분도 시비로 지원 중”이라며 정책에 대한 남다른 세심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승수 전주 시장은 1968년 생으로 2004년 전주시장 비서실장, 2006년 전라북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7년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2011년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내며 지역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안목을 키워왔다. 2014년 6월 제38대 민선6기 전주시장에 선출되었고 이어 39대 민선7기에도 선출된 재선 시장이다. 


다음은 김승수 전주시장의 인터뷰 전문이다.

-전주형 재난 기본소득, 착한 임대인 운동 등 코로나 상황에서 전주시가 전국 최초로 시도한 정책들이 이슈가 되면서 시장님 역시 전국적인 인물이 되셨다. 이런 발 빠른 대응의 비결은 무엇인가?

‘착한 임대인 운동’, ‘재난 소득’, ‘해고 없는 도시’까지 전부 전주시가 제일 먼저 한 사업들이다. ‘임대료가 비싸서 임대료를 낮췄으면 좋겠다’는 희망적인 시민들의 요구, 그동안 물리적 파손만 지원했던 정부, 이에 위기 상황에는 시민들에게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 또한 ‘어려운 시기에 해고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시민들의 요구에 화답한 ‘해고 없는 도시’. 일상적이지만 희망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요구들을 다른 도시는 못했지만 전주시는 시작했다.

이것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전주시의 기조는 ‘전주시는 시민들을 위해 해야 될 일은 반드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담대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결코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도시는 하지 못했고, 전주시는 했다는 이 차이만 있다.

김승수 시장이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시행 관해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전주시 제공>
▲ 김승수 시장이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시행 관해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전주시 제공>


-많은 사람들이 재원마련을 지적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용지원금을 활용해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경제활동인구 중 51%를 지원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수적”이라 말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을 20만원으로 출발한다면 세출 조정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은 두 제도 모두 필요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다. 전주시는 ‘전주형 재난 기본소득’을 5만 명에게 지급했었는데, 재원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현재 대한민국은 위기 상황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위기 시기의 정책과 위기가 아닐 때의 정책은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위기 상황에는 보편적 정책을 시행해야 하고, 지자체는 국가의 보편적 정책과 더불어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위기 상황이 아닐 때도, 장기적으로 보면 보편적 기본소득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인데, 결국 증세가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를 부자들에게 걷을지, 저소득층에게는 세금을 걷지 않을지. 이러한 문제가 이제 대두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지원금을 누구에게나 준다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이 재원이 나의 세금으로 나온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하게 된다면, 조금 더 다시 생각을 해보실 것 같다. 

제 입장에서는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까지 형편에 맞게 세금을 걷어, 정의로운 증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자들의 세금을 많이 걷어서 일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생각은 큰 한계를 맞이할 것이다.

현재 전주시는 두 개의 난관에 봉착했다. 첫 번째를 이야기하기 전에 스웨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스웨덴 사람들이 세금은 많이 내지만 ‘이것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 세금을 올려 복지를 하겠다는 정치인의 말에 ‘내가 저 정치인을 믿고 세금을 더 내겠다’며 신뢰를 주는 국민과 신뢰를 받는 정치인은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증세를 위해서는 먼저 ‘신뢰의 문제’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현재 우리는 세금을 걷어 복지로 연결하는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금을 걷어 복지로 연결할 만한 실력을 가진 정치인도 없을뿐더러, 우리 정부도 그런 실력은 없다. 또한 정치인들의 신뢰도, 정부의 신뢰 또한 없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내가 더 많은 세금을 내서, 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재원 문제라고 말씀들은 많이 하는데. 물론 이 말이 맞다. 결국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데 증세는 곧 저항으로 이어진다.

결국 실력도, 신뢰도 없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실력과 신뢰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공론화와 제도화가 필요하다.

김승수 전주 시장이 지난 6월 23일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해고없는 도시'에 대해 '고용주와 근로자들이 서로 같이 고통을 감수하며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안채혁 기자>
▲ 김승수 전주 시장이 지난 6월 23일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해고없는 도시'에 대해 '고용주와 근로자들이 서로 같이 고통을 감수하며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안채혁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생존이 문제’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미 2차 팬데믹이 예견되는 상황이고,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뉜다고도 한다. 시장님이 전망하는 미래, 또 그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크게 몇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건 의료의 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고, 수출도 할 수 없기에 경제 위기로 이어지며, 이러한 위기는 시민들의 삶에 위기로 이어진다’는 과정으로 순차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데, 현재 보건 의료의 위기가 끝나지 않기에 순차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처음에 순차적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보건 의료의 위기, 전염병의 위기, 경제 위기, 삶의 위기를 여전히 겪고 있다. 원래는 순차적으로 돌아가야 회복으로 이어지는데 동시에 이어지는 바람에 과정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 번도 겪고 보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독재 국가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고, 민주주의 국가는 아무리 가난해도 굶어죽는 사람이 없다. 이는 투명성 때문이다.

그런데 우린 아직 민주주의의 위기까지는 겪지 않았다. 반면 현재 미국 사회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는 여러 위기들을 겪고 있는데 미국은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겪고 있다. 저는 이러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본질적인 힘은 민주주의의 힘, 투명성의 힘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저도 늘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연대’이다. 경제 위기는 돈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돈 많은 국가, 도시가 경제 위기를 잘 이긴 사례는 거의 없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배려, 헌신, 양보의 시민정신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의 투명성과 사회적 연대 이 두 가지가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순차적으로 위기가 온 것이 아니라, 우리는 동시에 여러 가지 위기를 다 함께 겪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상당히 힘든 과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마스크 문제만 보더라도 이 위기 속에서 얼마나 위대한지 느낄 수 있었지 않는가. 마스크의 위기가 왔을 때, 우리는 투명한 행정 덕분에 공급을 잡을 수 있었다. 만약 투명하지 않았다면, 마스크의 위기는 국가를 무너뜨렸을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마스크 자체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 건데 말이다.

-그 정도 수준의 신뢰는 있었다고 볼 수 있나?

그렇다. 그러나 그마저도 없어질 뻔했던 것이다. 만약 행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면 그런 신뢰는 위기 앞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재기도 하고, 돈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스크를 구매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민주적 투명성’과 ‘사회적 연대’, 결국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두 가지이다.


-‘해고 없는 도시’를 선언하셨다. 단순히 구호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해고 없는 도시’는 모든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했다. 심지어는 정부 국책연구기관에서도 하지 말라고 하더라. 기업 입장에서 어려우면 해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충분한 요건이 생기면 해고하는 것은 고용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주시가 ‘해고 없는 도시’라고 선언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저는 두 가지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봤다.

첫 번째는 우리가 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이다. 고용주와 근로자들이 서로 같이 고통을 감수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일단 실업자가 되면 자신부터 가정, 지역사회까지 충격이 크다. 해고하지 않고 서로 고통을 분담하면서 버티는 것이 그냥 해고를 결정해서 벌어지는 일보다 사회적 충격과 비용이 적게 든다. 저는 이런 배경에서 선언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일종의 사회적 방파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대구, 부산, 대전, 광주를 제외하고서 일반적으로 지역사회가 좁은 곳들은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잘 안다. 가령 병원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서로 잘 안다. 그래서 ‘저 병원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환자들이 없어서 얼마 전에 간호조무사들을 전부 해고시켰더라’, ‘우리도 저렇게 하면 되겠네’라는 생각들을 해도 그것은 절대 비난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남들이 다 하는 것들을 나도 하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중소기업, 제조업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네 기업이 이번에 몇 사람 해고했다. 그럼 나도 해야겠구나’라면서 일종의 자신감도 생기고 해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해고 없는 도시’를 선언함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지금 효과가 나오고 있다. 전주시에 있는 모 대형 병원은 해고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제가 알기로 그 병원은 환자가 많이 줄었고, 코로나19 환자를 받는 선별 진료소 병원이었기 때문에 정말 해고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 병원이 안 하겠다고 하니까 다른 병원들도 ‘해고 없는 도시’에 동참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사회적인 연대, 사회적 방파제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들이 굉장히 의미 있게 된 것이다.

법적 구속력을 두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일리 있다. 우리가 불법을 하면 벌금을 낸다. 그리고 벌금을 내고 나면 죄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서 ‘나는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돈 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해고에 관한 문제는 벌금 문제는 아니지만 ‘해고 없는 도시’는 법적 구속력보다도 윤리적 선언의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에 ‘내가 어렵더라도 지금까지 나와 함께 버텨온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법적 구속력보다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정책적 툴도 있다. 600억 정도 예산을 만들어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은 높은 이자율과 일회성 정부 지원 때문에 대출을 함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이자율이 3%대인데, 전주시는 0.1%로 지원해 주고 있다. 약 ‘30분의 1’ 수준이다. 사실은 0%로 하려고 했는데 이자가 아예 없으면 대출 지원에 대한 경각이 사라질까봐 0.1%로 했다.

다음으로 지금 유급휴직을 하는 사람들은 중앙정부가 90%까지 지원을 해주는 상황인데 전주시는 그 나머지 10%를 부담하기로 했다. 또한 지금은 고용보험에 들어야 실업수당도 받고, 유급휴직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 문제도 전주시가 근로자들의 고용보험 6개월분을 시비로 들어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일곱 군데가 참여했는데 지금은 700개가 넘어간 상황이다. 최근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단체장들이 모두 전주시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천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다.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담대하게 도전한다’는 전주시의 기조. 이 지점부터 전주시는 다른 길을 걷게 만드는 것 같다. ‘전주형 재난 기본소득’, ‘착한 임대인 운동’ 같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거나, 방법을 생각했더라도 실패의 두려움으로 인한  주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상력과 결단’, 이 부분이 전주시에게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해준 것 같다.

전주시가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것들이 하도 많다 보니 ‘시장이 최초병 환자’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전주시가 조선시대 이후에 단 한 번이라도 대한민국 지자체를 선도해 본 적이 있는지 말이다. 거의 없다. 이번에 전주시가 시행한 ‘착한 임대 운동’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들이 모두 망설이고 있었을 때 전주시는 시작했다. 그리고 전주시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 퍼졌다. 재난 소득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망설이고 있을 때 전주시가 먼저 시작했더니 이는 곧 국가재난 소득까지 확대되었다. ‘해고 없는 도시’도 그랬다.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주시가 너무 잘했다. 서울이 전주시를 따라서 하겠다"라며 전화를 주셨다. 결국 ‘해고 없는 도시’가 확산되지 않는 이유는 두려워서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장인 자신이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다른 도시에서 해고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고민 때문에 말이다.

‘최초 시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한 번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정책들을 계속해서 꾸준히 내어놓을 수는 없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일은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한다는 용기와 결단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전주시가 조선시대 때 선도 도시였는데, 이제 다시 새로운 전주의 시대가 열리는구나. 대한민국을 선도하는구나” 같은 표현 말이다. 처음 한다는 것은 장르를 개척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온 적이 있던가? 반면에 우리는 얼마나 해외로 많이 다녀오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남들이 한 것을 따라가 제치면서 수많은 성과를 냈었지만 정작 새로운 길,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벤치마킹을 하러 오지 않는 것이다. 새롭게 한 일이 없기 때문에.

또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임대료 인하’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공동체 의식에 극찬했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전주시에서 시작된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보면 ‘최초 병 환자’라는 별명은 기분 나쁘지 않다. 그 말을 들음으로 인해서 오히려 거꾸로 우리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자부심,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초 병 환자’라는 별명, 공무원 입장에서는 피곤할 수도 있겠다

일이 굉장히 많아서 힘들긴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한 직원들이 많다. 특히 시청 1층 도서관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원래 1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에어컨도 없었고 온풍기도 없었던 그냥 휑한 홀이었다. 그때 도서관 정책을 시작해서 지금은 아마 전주시가 대한민국을 선도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까지 와 있다. 돌이켜보면 시작할 땐 참 많이 힘들었다. 저와 직원들이 함께 일본을 포함한 많은 곳을 벤치마킹해보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었는데 그 과정 속에서 직원들이 부쩍 성장하더라.

-어떤 단체장은 직원들이 힘들어하니까, 해외연수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더라.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을 쉬게 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공무원들이 시장과 함께 일을 시작했을 때 “아, 이게 앞서나가는 일이구나”하는 자부심, “우리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시장은 더 열심히 하네?, 더 고생하네?” 같은 신뢰감을 주는 모습들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들은 인사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장님은 인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계시는가?

소수직들을 배려하는 일들을 포함한 모든 인사 문제는 제가 대한민국 단체장 중에 톱클래스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공유하고 싶은 인사 시스템이 있나?

대부분의 지자체를 보면 국, 과, 부가 있다. 예를 들면 무슨 국, 무슨 과가 있고, 한 개의 국에 세 개의 과가 있으면 맨 앞은 소위 ‘승진하는 자리’이다. ‘승진하는 자리’에 오려고 거의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거의 없애버렸다. 그랬더니 지금은 인사 부탁이 많이 줄었다. 예전에 “내가 빽을 썼다. 그래서 나 내일 승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제가 그 말을 듣고 승진시키지 않았던 적도 있다. 물론 고생하는 자리가 있어서 승진해야 되는 자리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특정 자리를 소위 ‘빽’을 동원해서 무조건적으로 승진하는 자리는 없애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성과도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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