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소확행 소비심리...굿즈 마케팅 활발
SPC삼립, 국찌니빵 계보 이어 펭수빵 흥행
스타벅스 굿즈 수령 위해 버리는 커피 300잔 구매도

[폴리뉴스 송서영 기자]“쓰레기봉투에서 먹다만 빵이 쏟아져 나옵니다. 멀쩡한 빵을 한 입도 채 먹지 않고 버리는데 빵보다 더 중요한 만화영화 스티커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1999년 한 뉴스에서 보도한 세태다.

20년 넘은 지금도 이런 현상은 반복된다. 달라진 점도 있다. 과거엔 어린이가 그러했다면, 요즘엔 성인도 그러하단 점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스타벅스에서 사은품 수령을 위해 300잔 커피를 구매하고 커피 한잔과 사은품만 챙겨간 사람이 등장했다.

업계에선 이를 '굿즈 마케팅'이라 부른다.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핵심이 상품이 아니라 끼워주는 굿즈로 주객을 전도시키는 방법이다. 굿즈 마케팅은 ‘공짜획득’이라는 소비심리를 기본으로 한다. 키덜트, 소확행, 재미를 중시하는 펀슈머, 덕후가 떠오르며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실제 상품 매출 효과를 보이자 주객전도 상술이라는 지적을 무릅쓰고도 굿즈 마케팅을 활용한다.

‘펭수’ 스티커를 동봉한 ‘펭수빵’은 출시 후 2주 만에 백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사진=SPC그룹 제공>
▲ ‘펭수’ 스티커를 동봉한 ‘펭수빵’은 출시 후 2주 만에 백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사진=SPC그룹 제공>

굿즈 만들길 잘했어!

특히 식품업계가 굿즈마케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본품인 음식은 사라져도 굿즈는 계속 남아있어 소유욕까지 자극하기 때문이다. 3월 SPC삼립은 ‘펭수’ 스티커를 동봉한 ‘펭수빵’을 출시한 후 2주 만에 1백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같은기간 다른 신제품과 비교했을 때 2배나 높은 수치다. 국찌니, 포켓몬스터, 카카오프렌즈 이후 캐릭터 빵의 흥행 계보를 잇고있다.

마케팅 효과가 나타나자 여러 기업들도 기획상품 제작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미국과 한국에 유일하게 디자인팀을 두고 굿즈를 출시한다. 출시 1년 전부터 제품을 기획하고 굿즈를 홍보한다. 디자인팀이 없는 기업은 카카오프렌즈, 펭수와 같은 유명 캐릭터를 활용해 협업을 펼치고 있다.

식품업계의 여름 굿즈 마케팅이 본격 시작됐다. 왼쪽 빙그레, 오른쪽 서브웨이 굿즈. <사진=각사 제공>
▲ 식품업계의 여름 굿즈 마케팅이 본격 시작됐다. 왼쪽 빙그레, 오른쪽 서브웨이 굿즈. <사진=각사 제공>

여름 굿즈 마케팅 본격 시작

여름을 겨냥한 굿즈 마케팅이 본격화하고 있다. 빙그레 아이스크림은 예스24와 손잡고 도서 관련 굿즈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 메로나, 붕어싸만코, 더위사냥 등을 모티프로 한 북 클립, 북 파우치, 독서대 등의 굿즈를 예스24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한다. 일정 금액 이상 도서를 사면 적립금 또는 소액 결제를 통해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써브웨이는 음료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 시즌을 맞아 종이컵을 대신할 ‘리유저블 텀블러’를 한정판 기획상품으로 출시한다. 써브웨이 리유저블 텀블러는 530ml 용량으로 써브웨이 매장에서 탄산음료용으로 제공하는 일회용 종이컵과 동일한 디자인이다. ‘로티세리 바비큐 치킨 세트’와 함께 구매하면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다.
 
‘할리스커피’는 아웃도어 브랜드 ‘하이브로우’와 협업해 ‘라이프스타일 잇템 3종’을 출시했다. 릴렉스체어&파라솔세트, 빅 쿨러백, 멀티 폴딩카트로 어디서나 캠핑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홈캠핑 아이템이다. 품목과 무관하게 1만 원 이상 구매하면 '라이프스타일 잇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할리스커피 멤버십 회원은 각 굿즈별로 1000원 할인 쿠폰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300잔 구매 후 사은품만 들고 갔다’는 여의도 스타벅스 사례처럼 굿즈의 인기에 주객전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제공>
▲ ‘300잔 구매 후 사은품만 들고 갔다’는 여의도 스타벅스 사례처럼 굿즈의 인기에 주객전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제공>

본품보다 사은품에 더 관심?

굿즈마케팅이 과열되면서 각 기업에선 주객전도 현상을 반성하는 모습도 보인다. 인기 있는 굿즈의 경우 본품은 버리고 굿즈만 챙기거나 되팔기까지 하자 사회문제로 지적받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21일부터 7월 22일까지 ‘서머 체어’ 3종과 ‘서머 레디백’ 2종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한 17잔의 제조 음료를 구매해 e-프리퀀시를 완성한 고객에게 증정품 중 1종을 준다.

이후 여의도 스타벅스에서 굿즈 수령을 위해 커피 300잔를 산 사람은 1잔만 들고가고 나머지 커피에 ‘all free’라는 문구를 붙여 놓고 갔다. 그러나 이를 가져가는 이가 없어 모두 폐기 처분했다.

스타벅스측은 “두 달 동안 일주일에 평균 2잔씩 구매한 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라고 보면 되는데 300잔 구매건은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다른 고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교환할 수 있는 수량을 제한하거나 매장별 재고 수량 표기 시점을 앞당기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려는 소확행, 재미를 중시하는 펀슈머 등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굿즈 마케팅 열풍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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