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무노조 원칙’ 폐지 약속 이행이 관건
실효성 있는 ‘노조 와해’ 재발 방지 대책은 아직
준법감시위, 지속가능 경영체계, 노동3권 보장 등 요구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1)씨가 355일차에 접어든 고공농성을 풀기로 삼성과 합의했다. 공식적인 사과와 명예복직, 피해배상이 합의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과제는 제2, 제3의 김씨가 나타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는 29일 오후 6시 강남역 2번 출구 철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29일부터 한 달간 삼성과 협상을 진행했고, 어제(28일) 오후 최종 타결했다”며 “삼성 측의 사과를 통해 김용회씨의 명예가 회복됐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안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 씨는 이날 공대위 기자회견 도중인 오후 7시쯤 소방사다리차를 타고 철탑에서 내려왔다. 그는 “노동자를 기계 부품보다 못한 존재로 보는 경영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며 “삼성이 새로운 노사문화 패러다임을 정착시키면 좋겠다”고 전했다.
같은날 삼성도 오후 4시에 입장문을 내고 “김용희씨 농성 문제가 양측 합의에 따라 최종 타결됐다”며 “회사는 김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김씨 가족에게도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회사는 시민의 생명·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해 왔다”며 “뒤늦게나마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돼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도움을 준 관계자들께 감사드리고, 김씨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씨는 1982년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 입사해 노조설립을 주도하다 해고됐다. 이에 김씨는 삼성 측에 노조탄압과 부당해고에 대한 사과와 복직을 요구하며, 2018년 6월 10일부터 삼성 서초사옥 인근 25m 높이 폐쇄회로(CC)TV 철탑 위에서 농성을 이어왔다. 세 차례 단식투쟁도 병행했다.
지지부진하던 김씨와 삼성 측의 협상은 이달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급물살을 탔다. 이 부회장은 당시 김씨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며 “노사 화합 상생을 도모, 건전한 노사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삼성이 ‘무노조 원칙’ 폐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실효성 있는 ‘노조 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김용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삼성 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금속노조 삼성지회 김지형 부지회장은 “2019년에도 노조원에 대한 징계, 교섭 해태 전략이 진행 중이고 협력사 노조에 대한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며 “검찰수사와 재판, 법원의 선고 이후에도 삼성의 무노조경영 기조는 변함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장희 삼성준법감시위 위원장도 지난 7일 삼성에 지속가능한 경영체계 수립,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 시민사회의 실질적 신뢰 회복을 위한 실천방안 등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한 ‘구체적 실행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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