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공단 “한시라도 빨리 이랜드 임대료 받아야”
시민단체 “개발 전이라도 운영할 수 있게 해줘라”

사진은 지난해 5월 경의선공유지 문제해결과 철도부지 공유화를 위한 대책위 출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사진은 지난해 5월 경의선공유지 문제해결과 철도부지 공유화를 위한 대책위 출범 모습.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최정호 기자] 10년 넘게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에서 운영된 플리마켓 ‘늘장’이 시민의 품에서 사라졌다. 최근 언론을 통해 늘장이 아름답게 퇴장한 것처럼 보도됐다. 그러나 늘장은 경의선 공유지를 무단 점유하다 ‘한국철시설공단’과 ‘마포구청’의 소송전으로 철거됐다.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A씨는 “힘없는 약자들에게 소송을 제기해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소송 당사자들을 구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고 했다. 

늘장은 마포구의 행정 지원으로 5년간 경의선 공유지에서 운영됐다. 지난 2016년 구청과 약속한 기간이 끝나자 이주할 곳을 찾지 못한 운영진들은 어쩔 수 없이 눌러앉았다. 경의선 공유지는 늘장에 의해 지난 4월 중순까지 무단 점거돼 있었다. 

공단은 민간에 임대해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늘장 운영진에게 수차례 개도공문을 보내고 자진철거를 유도했지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명도소송’ 절차를 밟게 됐다. 공단이 늘장 운영자를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라 공유지를 무단 점거하고 있는 판매자 8인에게 했기 때문에 논란이 됐다.  공단 관계자는 “늘장 운영진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판매자들에게 하는 게 더 효과적으로 철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라고 설명했다. 

폴리뉴스 취재 결과 소송 원고는 ‘국가’와 ‘마포구’이며, 피고는 늘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60대 여성들과 이주노동자, 청년사업가 등 사회적 약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이 ‘국가’라는 힘을 이용해 소송전까지 불사한 이유는 한시라도 빨리 공유지를 민간 기업에 임대하기 위해서다. 공단은 2016년 ‘이랜드’에 공유지를 빌려줬다. 이랜드는 ‘철도시설 기여금’과 3년마다 ‘점용료’를 공단에 지불해야 된다. 공단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이랜드가 공사를 시작해야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늘장의 무단점유로 개발이 더디다”면서 “빨리 개발을 시작하려면 철거 밖에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이랜드가 개발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공사가 시행되기 전까지 늘장을 이어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폴리뉴스는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랜드의 거부로 취재가 불가능했다. 

공단 관계자는 “늘장 측이 자진 철거하면 소송은 취하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늘장 측이 자진 철거가 아닌 법률적 방법으로 대항했다면 소송전이 장기화 됐다. A씨는 “공단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철거에 의한 소송취하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취재 과정에서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기관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약자에게 법률서비스 및 대리 소송을 진행해주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없으면 구조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측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한 인권 변호사는 “행정대집행법이 허술하기 때문에 이 같은 소송전이 발생했다”면서 “행정대집행법을 개정해 사회적 약자가 희생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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