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선거 결과의 섣부른 전망 경계한다”
이해찬 대표 “국회 제1당 확보” 낙관론 발언했다가 바로 “겸손하게” 자세 낮춰
통합당 ‘개헌저지선’ 들고 견제론으로 막판 읍소
[폴리뉴스 송희 기자]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4.15 총선 범여권 180석 석권' 발언으로 여야가 공히 경계령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범여권 견제표'가 발동할 것을 경계하고 있고, 통합당은 180석이 '개헌저지선'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여권 싹쓸이를 경계하며 '야권 총동원령'을 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4·15 총선을 48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13일 일제히 자세를 낮추면서 각각 국정 안정과 정부 견제를 위한 지지를 호소를 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내부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180석 발언’과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2단계는 과반수’ 발언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이 위원장이 유 이사장과 이 대표의 발언을 경계한 이유는 이들의 발언이 유권자의 투표 행위에 승산이 있을 것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밴드왜건 효과(편승 효과·대세론)를 노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발언에 거부감을 보이고, 약세 후보를 동정하며 지지하는 ‘언더독 효과’를 발동시킬 수도 있다고 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선거 표어를 ‘정권 심판론’에서 ‘폭주 견제론’으로 전환하면서 ‘개헌저지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유권자의 한 표를 호소했다.
통합당은 유 이사장이 언급한 ‘180석’은 국회 300석의 60%, ⅗에 해당해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예산·정책을 정부 여당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어 민주당의 ‘폭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180석’은 국회 선진화법도 무력화시킬 수 있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을 단독으로 추진 가능하며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내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통합당은 더 나아가 국회에서 헌법개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는 ‘개헌저지선’인 100석 확보도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선거 결과 낙관론 경계
지난 10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비례 의석을 합쳐서 범진보 진영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12일 “국회 제1당은 확보했고, 2단계는 과반의 다수당을 만드는 것”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낙연 위원장은 바로 이튿날인 지난 12일 주말유세에서 유시민 이사장과 이해찬 대표를 겨냥 즉각 경고 발언을 날렸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 안에 있는 사람, 때로는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선거결과를 섣불리 예측한다. 그런 일은 조심하는 게 좋다”며 “누가 국민의 뜻을 안다고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나. 선거 결과의 섣부른 전망을 경계한다”면서 “스스로 더 낮아지며 국민 한 분, 한 분을 더 두려워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끝까지 겸손하게 임하겠다. 당원과 지지자들도 그렇게 해주시기 바란다”며 오후 국회에서 예정돼 있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수도권 지역 지원 유세에 집중했다.
‘밴드왜건 효과’를 노린 발언이 오히려 ‘언더독 효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처사로 풀이된다.
이에 이해찬 대표도 바로 말을 수정했다. 그는 이날 충남 공주·부여·청양에 출마한 박수현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투표에 많이 참여하게 최선을 다해 달라”고 몸을 낮췄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쪽과 가깝다고 알려진 논객이 빌미를 줘버렸다”며 “보수언론은 바로 ‘오만한 여당’을 제기하며 견제 프레임을 작동시키기 위해 총궐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모두 제발 3일만 참아 주셨으면 한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순천에서 소병철 후보와 민주연구원의 정책협약식에서 “최근 당 밖에서 우리가 다 이긴 것처럼 의석수를 예상하며 호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및 보수진영 야당 ‘개헌저지선’ 견제론 들고나와
실제로 통합당은 유 이사장의 ‘180석 발언’ 이후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견제해야“한다며 12일을 기점으로 모든 공보물의 표어를 ‘바꿔야 산다!’에서 ‘폭주냐! 견제냐!’로 변경했다. 지난 12일은 황교안 대표와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하여 나경원, 오세훈 후보 등 수도권 후보들이 광화문에 총동원하여 '여권 폭주 견제론'을 들고 나왔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을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대로면 (통합당이) 개헌저지선(100석)도 위태롭다”고 호소했다. 그는 “여당이 지금 얘기하는 180석 수준으로 국회를 일방·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의석을 저지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통합당 등 야당은 이러한 근거로 일제히 “여당이 국민을 우습게 알고 오만한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독재가 예고된 것”이라며 “오만한 민주당” 견제론을 펼치면서 막판 호소하고 있다.
이날 박 위원장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 살리고, 이 나라가 특정 세력이 일방적으로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해선 국민이 마지막에 힘을 모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편파적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가 동작을에 출마한 이수진 민주당 후보의 ‘100년 친일청산 투표로 심판하자’라는 문구는 허용하고 나경원 통합당 후보의 ‘민생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는 불허한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12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4·15 총선 대국민 호소 집중 유세’에서 “지금 문재인 정권의 오만이 극에 달했다”며 “180석을 자기들이 가져가겠다면 가져가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황 대표는 이어 “이런 발언은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경기 평택에서 “180석 운운한 정당 중 성공한 정당이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 후보 전원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여당의 싹쓸이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13일 김 위원장은 박 위원장의 ‘개헌저지선 확보 위태’ 발언에 대해선 “엄살떠느라 그런 것”이라며 “총선 결과를 보고 이야기해야지, 지금 그런 얘기를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여권發 막판 변수가 될 '유시민 180석 호언'이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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