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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빈대 밉다고 집에 불지르는 추미애 장관

왜 인권은 언제나 '우리 편'부터 보호하나

“역시 추미애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그녀의 거침없는 질주 행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비아냥의 소리다.

추 장관은 정치를 해오면서 결정적인 국면에서 결정적인 패착을 두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했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새천년민주당에 몸담았던 추 장관은 찬성표를 던졌다. 훗날 추 장관은 당시 선택에 대해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과오라고 후회했다. 2009년 12월에는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자리에 있던 추 장관이 한나라당과 손잡고 야당 의원들을 전원 퇴거시킨채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한 일이 있어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16년 9월에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인사 차 전두환을 예방하려다 여론의 거센 반발로 결국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최순실게이트 정국 한복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긴급 영수회담 제안을 하여 야권공조를 위기로 몰아갔다가 역시 여론의 거센 비난 앞에서 철회하고 말았다. 이렇게 추 장관은 정치를 해오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대목에서 깜작 놀랄 일들을 자주 벌여왔고, 그래서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인이라는 시선을 받아오기도 했다.

그런 추 장관의 ‘검찰개혁’ 행보가 연일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무부 장관직을 맡은 이후로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울산시장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정권 관련 수사팀을 사실상 공중분해시켜 수사방해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던 추 장관은 이번에는 울산시장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고인 13명에 대한 공소장 국회제출을 거부했다. 법무부는 앞으로 다른 사건에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추 장관의 설명이지만 중요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추 장관의 말이 이행된다면 앞으로 어떤 중대한 범죄사건, 예를 들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같은 것이 있어도 국민들은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알 길이 없게 된다. 당장 공소장 제출을 거부한 선거개입 의혹 사건만 해도 기소된 혐의가 어떤 것인지 국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건이다. 검찰의 일방적 기소로부터 피고인들의 인권을 지키겠다고 하지만, 어째서 인권은 언제나 '우리 편'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나쁜 조치이다. 4월 총선을 의식하여 사건 내용을 가리려는 정략이 개입되어 있다면 더 나쁜 행위이다.

그동안 추 장관의 행보를 보면 검찰을 제압하는데만 골몰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것이 검찰권력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라면 누가 뭐라하겠냐만, 문제는 검찰개혁의 미명 아래 정권 관련 수사들을 막기 위한 조치들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관련 수사를 하는 검사들은 좌천시키고 정권과 가까운 검사들은 요직에 배치하여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일이 검찰개혁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온통 관심이 검찰수사를 막는데만 갇히다 보니 말도 꼬이게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의 말을 순순히 듣지 않으면 “항명”이라고 성을 내면서, 신임검사 임관식에 가서는 “상명하복을 박차고 나가라”고 말한다.

다른 누가 법무부 장관이 되었어도 이토록 거칠게 검찰 손보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정권의 ‘성골’(聖骨)쯤 되는 인사가 법무장관이 되어 검찰개혁을 이끌었다면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가며 강온이 조화를 이루는 지혜로운 개혁을 추구했을 수 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거침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추 장관은 과거 탄핵 찬성의 전력을 정치적으로 세탁하는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민주당 주류세력과 함께 가는, 아니 그들의 대열 선두에 서서 가는 것이 최상의 현실적 선택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일까. 그런 행보에 힘입어 2016년 당 대표직에 선출될 수 있었던 것도 추 장관이었다. 지금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을 상대로 보여주고 있는 일사천리 행보도 과거 노무현 탄핵에 찬성했다는 콤플렉스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던 사람일수록 자신의 결백과 충성도를 입증하기 위한 열렬한 고백이 필요한 법이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사랑이든 정치든, 늦게 바뀐 사람이 남들보다 더 열렬한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그렇게 말한다. 나이 들어서도 인간이 바뀐다는 것은 미덕일 수도 있지만, 종종 물불 안가리는 사랑은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로부터도 걱정을 사고 있는 추 장관의 모습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다. 자신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을 어렵게 만드는 길을 추 장관은 가고 있다. 추 장관의 시야에 윤석열만 보이고 국민은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도 있다. 결국 손해를 크게 본다는 생각을 못하고 자기에게 못마땅한 것을 없애려고 덤비기만 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속담으로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는 말도 있다. 지금 추 장관이 하는 일이 그런 셈이다. 공소장은 제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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