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역구에서 한국당 지역구? 충청 홀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큰 오해. 아산·진천 더 적합하다 판단”
‘우리가 아산·진천이다’ 캠페인으로 시민의식 발휘
일부 “우리가 ○○이다” 정치적 목적 캠페인 의심

[폴리뉴스 송희 기자]정부가 지난 29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의 격리수용 장소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지목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진천과 아산 주민들은 각종 농기계를 동원해 도로를 가로막으며 항의했다.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격리 수용 장소 선정에 오해가 있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산시민 사이에서 우한 교민을 따뜻하게 포용하자는 여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기 시작했다. 

31일 오전 중국 우한 교민이 격리 수용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진천 주민들이 수용 반대 철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1일 오전 중국 우한 교민이 격리 수용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진천 주민들이 수용 반대 철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안→아산·진천 격리시설 변경, 정치공작 아냐? 박 장관 해명 나서

진천·아산 주민들이 이렇게 반발한 이유는 전날까지만 해도 교민들의 격리시설장소가 천안에 있는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교민 격리시설 지역이 천안에서 아산으로 바뀌자 주민들은 격앙됐다. 주민 30여 명은 밤샘 농성을 펼치며 “우한 교민 수용 반대”를 외쳤다. 

아산시의회도 나서 “갑작스럽게 장소가 변경된 것은 힘의 논리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현지 주민들도 “우리가 봉이냐”며 격하게 반대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천안 갑·을·병 국회의원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지역구인 아산 갑과 진천이 지목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실제 천안시 갑 이규희, 을 박원주, 병 윤일규 의원들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반면, 교민 격리시설로 지목된 경찰인재개발원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위치한 아산시갑과 증평·진천·음성군은 각각 이명수, 경대수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정부의 발표가 있던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안에서 아산, 진천으로 바뀐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비판했다. 

총선을 겨냥한 ‘충청 홀대’ 등 정치적 셈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더 심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서 2차로 철수한 교민과 유학생을 태운 버스가 1일 오전 수용 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서 2차로 철수한 교민과 유학생을 태운 버스가 1일 오전 수용 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해명에 나섰다. 

박 장관은 “큰 오해다. (처음부터) 천안도 확정은 아니었다. 그 보도가 나갔을 때 모 언론사와 인터뷰를 할 때도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총영사관에 이송을 공지했을 때 150여 명이었던 전세기 신청자 수가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히 늘어났고,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을 선정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장관은 “1인 1실 원칙과 공항에서 시설 간 이동 거리, 응급처치 가능한 의료 시설의 위치까지 고려하며 격리시설이 확정되기까지 많은 토론이 있었다”며 “네다섯 가지 기준 조건으로 봤을 때 천안보다는 아산과 진천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아산·진천이다’ 캠페인 확산…이럴 때일수록 성숙한 시민의식 발휘

아산시민 '우한 교민 환영' 캠페인 SNS 캡처. <사진=연합뉴스>
▲ 아산시민 '우한 교민 환영' 캠페인 SNS 캡처. <사진=연합뉴스>

그 사이 아산과 진천 시민들은 우한 교민을 따뜻이 받아들이자는 시민캠페인이 일어났다. 

먼저 우한 교민을 따뜻하게 품겠다는 의지를 담은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 캠페인이 SNS에서 번지기 시작했다. 

‘아산 배방맘’이라고 밝힌 시민은 자신의 SNS에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라며 “아산에서 편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또 다른 시민은 페이스북에 “아산의 옛 이름 온양온천은 세종대왕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내려와 온천을 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했던 곳”이라며 “중국 우한이라는 타지에서 이유도 모르던 바이러스 때문에 힘들어했을 교민을 아산이 품을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오세현 아산시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산은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빠졌을 때 누구보다 먼저 분연히 일어났던 충절의 고장”이라며 “이번 기회에 지친 사람에게 힘이 돼주는 아산의 저력을 당당하게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서 귀국한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인근에 우한 교민들을 격려하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서 귀국한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인근에 우한 교민들을 격려하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천 우한 교민 수용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31일 우한 교민의 수용을 막지 않기로 했다. 농성 천막과 수용 반대 현수막도 이날 자진 철거했다. 

윤재선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처음부터 교민 수용을 반대했던 건 아니다”며 “수용 반대 입장을 철회하는 대신 철저한 방역을 통해 주민 안전을 보장하고 마스크를 지급해줄 것을 당국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에서 시작된 운동은 진천으로도 이어졌다. 

2일 진천지역 주민들은 “우리가 진천·아산이다. 우리가 진천·한국이다. 무사 귀환을 응원합니다‘ 등의 손팻말 게시됐다. 또 다른 진천 주민은 인재원 앞에 ’우한 형제님들, 생거진천에서 편히 쉬다 가십시오” 등 현수막을 걸었다. 

하지만 전 이러한 캠페인이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이다”라는 구호는 앞서 ‘조국 수호’ 시위에서 사용된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구호와 비슷해, ‘정치적 목적’이 깔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교민 368명을 태운 정부 전세기는 한국시간으로 오전 6시 3분 우한 톈허(天河)공항을 출발해 오전 8시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공항에서 추가 검역을 받고 일반 공항 이용객고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입국 수속을 거쳤다. 이후 이송차량을 타고 경찰이 확보해놓은 통로를 통해 곧바로 시설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귀국해 임시생활시설에서 지내는 우한 교민 어린이들이 고마운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시설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3일 행정안전부가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귀국해 임시생활시설에서 지내는 우한 교민 어린이들이 고마운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시설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3일 행정안전부가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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