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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편집국장칼럼]SNS 파시즘과 자본의 지문감식

나는 부끄럽지만 SNS에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네티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낯선 신념’에 자각해 한때 몸서리 쳤던 때는 있었다. 하지만 드루킹 댓글 사건은 SNS와 불화의 한 결정적 계기가 됐으며 이후 아직까지 ‘톡’ 외에는 그 근처에 얼씬도 안 하는 이유이자 핑계로 삼는 지경이다.

꽃다운 나이의 두 여자 연예인의 어이 없는 비극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가 이번에도 헌법적 표현의 자유라는 커튼 뒤에 숨어 또 어물쩍 넘어갈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움직이고 있을 저 수많은 ‘손가락들’에 대한 정략적 득실 판단이 여야 중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를 판단하기가 어렵지 않으니 해결의 희망은 자꾸 암담해질 뿐이다.

2019년의 세모를 앞둔 시점에서 돌아보면 지난 7~8월 이후 한국사회를 달군 쟁점은 통상으로 시작된 한일 갈등과 조국 전 장관 사태, 두 가지였다. 이번에도 역시 SNS와 가짜뉴스라는 두 사촌은 소위 맹위를 떨쳤다. 언론에 종사하지만 조 전 장관 사태에 대해서는 아직 가짜와 진짜가 뒤죽박죽 뒤섞여 있어 진위 판단에 조심스럽다. 하지만 전자에 대해서는 어느 시사평론가가 방송에 출연해 내린 정의가 분명히 팩트 체크가 부족했거나 무책임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특징은 과거보다 더 강력해진 SNS의 위력이다.” 지난 5개월 동안 여러 매체와 양국 내 지인들과 만나며 한일 갈등과 불매운동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그 입장에서 이 정의를 바로 잡자면 “SNS의 위력은 강했지만 애국적 불매운동을 가장한 국수주의와 이에 편승한 가짜뉴스, 황색언론의 여론 조작이 유령이나 괴물처럼 활개쳤다”이다. 어느 시대에나 불매운동에는 지사적 민족주의에 국수주의가 끼어들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번의 경우, 가짜뉴스와 황색언론의 사이클이 왜곡된 미디어 유통구조를 넘어 음모적 차원으로 작동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사히맥주가 롯데를 통해 수입되니 롯데도 불매하자’는 글들로 시작됐다. 곧 이어 ‘그럼 롯데가 생산하는 처음처럼 소주도 일본산’이라는 농담 같은 비약이 고개를 들자마자 온라인 세상을 뛰쳐나와 삽시간에 대한민국 골목골목의 소주 시장을 장악해버렸다. 그 결과 이 소주의 매출은 현재 50%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까지 격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전 한 단골식당의 주인에게 실상을 물어보자 ‘경쟁사 소주가 1000병쯤 나가면 1병 나갈까 말까’라는 답이 나올 정도이다.

사실을 바로잡자면 ‘국내 3대 메이저 주류회사는 모두 일본산 맥주의 국내 수입 통로이다’가 팩트이지만 이를 다루는 매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처음처럼의 뿌리는 강원도의 친일파 자본가 최준집’이라는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메이저 주류회사가 모두 일본 회사의 적산을 불하받아 성장한 흑역사는 다뤄지지 않은 채, 심지어 나머지 2개사가 민영준으로 개명한 저 악랄한 민영휘를 비롯해 1급 친일파의 치부에서 시작된 역사적 진실은 감춰졌다.

이 회사와 사주 일가에 대한 마타도어는 한 술 더 떴다. ‘창업주가 윤봉길 의사의 의거로 불구가 된 일본 A급 전범 시게미쓰 마모루의 사위’라는 주장에 이어 심지어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한 2세 최고경영자의 서툰 한국어 실력을 조롱하는 기사가 황색언론의 지면과 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지금의 한국은 전세계 740만 재외동포의 권익과 위상을 위한 법이 제정돼 있고 다문화인구는 전 국민의 4.7%인 24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 5개월은 SNS와 황색언론의 불온한 이중주가 차별과 사실의 왜곡이라는 야만으로 무장해 기업에 까지 영역을 넓힌 전대미문의 암흑기로 기록될 것이다. 

최근 발간된 미국 번역서 ‘나는 미디어 조작자다’는 이렇게 말한다. ‘블로그가 문제다. (중략) 웹이 우리에게 자율권을 준다는 말은 사탕발림일 뿐이다. 콘텐츠는 미끼를 던지고 정신을 흩뜨려서 당신을 포획하도록 고안된 덫처럼, 클릭하거나 훑어보거나 찾아내도록 제작됐다.’ 이미 알고 있는 말이지만 이 책은 지난 5개월 간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불매운동의 한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된 퍼즐을 낱낱이 해체해 들여다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날카로운 메스나 다름 없다.

파시즘은 반합리주의, 인간 평등에 대한 부인, 국민과 그 사이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폭력과 기만을 의미한다. 왜곡된 SNS는 이제 부주의나 실수를 넘어 파시즘 차원의 해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 표적이 정치와 권력을 넘어 자본을 넘나든 지는 이미 오래 됐다. 하지만 불매운동에서 국수주의를 조장하고 자본과 기업가의 국적을 조작해 마치 범죄자의 지문이라도 채취한양 함부로 나서는 야만적인 사회라면 그 다음 희생은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이제 민심은 조작됐을 경우 더 이상 하늘이 아니라 괴물이며 야수일 뿐이다.

임재현 편집국장

내부고객인 취재기자들과 바른 사회, 부강한 나라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외부고객인 독자들께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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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靑 하명수사 의혹’ 수사관 숨진 채 발견…한국당 ‘3대 친문 게이트’ 총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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