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요술봉을 들고 하루아침에 아름다운 숙녀로 변신하는 스토리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여아들에게는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의 기본이다시피 하다. 그러나 이 꿈같은 일이 현실에서는 끔찍한 악몽이 될 수 있다. 바로 성조숙증 때문이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가슴멍울이 생기고, 초경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작년에 성조숙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02,886명으로 이미 1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중 여아는 91,787명으로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며 급증하고 있다. 성장기 여아를 둔 부모라면 성조숙증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성조숙증이란 사춘기 징후가 또래 평균보다 빨리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만 8세 이전의 여아에게 가슴 발달이 시작하여 가슴멍울이 잡히고, 피지 분비가 증가하거나 여드름이 생기고, 머리 냄새나 땀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음모나 겨드랑이털이 나고, 냉 같은 분비물이 있다면, 만 9세 이전의 남아에게 변성기가 오고, 고환의 크기가 증가하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야 한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초기에는 키가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급성장기가 앞당겨진 것이기 때문에 키가 자랄 수 있는 성장기도 줄어들어 어른이 되었을 때 최종적인 키가 줄어들게 된다. 성조숙증은 키 성장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특히 여아의 경우 빨라진 사춘기 징후는 그대로 빠른 초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의 초경 연령 변화 조사 연구에 따르면, 초경 연령이 1970년대에는 14.4세였지만 2009년에는 11.98세이다. 성조숙증이 아니더라도 초경 연령이 평균 2~3년 정도 빨라진 것이다. 여아는 생리가 시작하고 2년 정도 평균 4~7cm 정도 더 자라다가 키 성장을 멈추게 된다.

너무 빠른 신체 변화나 초경으로 성조숙증 여아들이 겪는 불편함과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학업 및 교우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성인이 된 후 조기 폐경, 유방암, 자궁암 등의 발생 위험까지 높을 수 있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유전, 소아비만 등 여러 요인이 관여해 한 가지로 특정 지을 수 없다. 최근에는 유전보다는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 환경호르몬 등 제어하기 힘든 환경적인 요인이 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성조숙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 식습관 개선과 숙면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성장·성조숙증 검사다.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는 만 8세 이전인 초 1~2학년부터는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족력이 있거나 또래보다 갑자기 키가 큰 경우라면 반드시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성조숙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아이가 본래 커야 할 키만큼 충분히 클 수 있도록 치료가 가능한 질환인 만큼,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

성조숙증은 조기에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여아들의 빨라진 성장 시기를 이해하고 제때 성장·성조숙증 검사를 받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키 성장과 행복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글 : 하이키한의원 잠실점 이승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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