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8천억 추경, 일본 수출규제 대응 2천732억 포함…‘졸속‧깜깜이 심사 논란’
日경제보복 철회 촉구 결의안 ‘늑장처리’
택시 월급제 시행법 등 각종 민생법안 처리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2일 오후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119일 만에 열렸다.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포함해 176건의 안건을 단 3시간 28분 만에 속전속결 ‘벼락치기’ 처리했다.

당초 여야는 전날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과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여야가 추경안 세부 내용을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계속하면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목록) 배제 결정이 이뤄진 이후인 이날 오후에서야 본회의가 열렸다.

이날 새벽 3시 45분께 여야 지도부가 5조8천300억원 규모의 추경안에 합의했으나 감액 대상 사업 목록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면서 당초 오전 9시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던 본회의는 오후로 미뤄졌다.

이후 기획재정부가 감액 목록을 조정해 제출한 뒤 열린 오전 11시 30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회의에서 여야가 1시간여 만에 증액·감액 심사를 마무리했다. 여야는 추경 원안(6조6천837억원)에서 8천700억원이 삭감된 5조8천269억원 규모로 확정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2천732억원도 포함됐다.

이날 오후 4시 5분에 열린 본회의에서 먼저 인사 안건과 법안을 처리하는 동안 예결위는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추경안을 의결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1호 안건으로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일본의 2차 무역보복 조치가 나온 뒤에야 ‘늑장처리’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는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을 규탄하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한국과 중미 5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도 의결했다.

국회는 이와 함께 이상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선출안, 이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위원 추천안, 김상국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 위원 추천안 등 인사 안건을 가결했다.

법안은 출퇴근 시간대 카풀을 허용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택시 월급제 시행법,  실업급여 지급수준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또 동물을 도박용 광고 등에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 보이스피싱 등 범죄로 인한 피해 재산을 국가가 몰수하도록 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경미한 학교폭력의 경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의 법안도 처리됐다.

본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 이학재(인천 서구갑) 의원이 반대토론에 나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관련 예산이 빠진 것에 대해 항의하면서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지만 본회의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오후 9시 28분에 종료됐다.

▲ 추경, 역대 통틀어 2번째로 긴 국회 계류 기간 기록
  ‘일자리·복지 예산 깎여, 재난 지역 지원‧안전 투자 예산은 늘어’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추경은 지난 4월 25일 국회에 제출된지 99일 만에 통과됐다. 추경안은 찬성 196인, 반대 12인, 기권 20인으로 가결됐다. 역대 추경을 통틀어 2번째로 긴 국회 계류 기간을 기록해 통과됐으며 5조8천269억원 규모로 최종 확정됐다.

정부는 당초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했으나 지난달 초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 2천732억원의 증액을 요청한 바 있다.

여야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자리·복지 예산은 깎였고 재난 지역 지원, 안전 투자 예산은 늘었다. 여야는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 6조6천837억원에서 1조3천876억원을 감액했다. 대신 5천308억원을 증액해 전체적인 순감 규모는 약 8천568억원이다. 적자국채발행 규모의 경우는 당초 3조6천409억원에서 3천66억원이 감액됐다.

분야별로는 총지출 기준 연구개발(R&D)이 3천억원 순증됐고 반면 보건·복지·노동 6천억원, 사회간접자본(SOC) 1천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1천억원, 교육 1천억원이 각각 순감됐다.

사업별로는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 부품·소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소재부품기술개발 650억원,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 217억원 등 957억원이 증액됐으며 기술이 이미 확보됐음에도 신뢰성이 낮아 상용화되지 못한 품목의 성능평가 지원‧테스트장비 구축을 위한 예산으로 1천275억원이 배정됐다. 또 부품·소재 양산 가능 기업의 국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자금으로 500억원이 책정됐다.

이와 함께 강원 산불, 포항 지진 등 재난 지역 지원 예산도 945억원 증액했고 강원 산불과 관련해서는 소상공인의 재기 지원과 피해 주민을 위해 385억원을 늘렸다. 포항 지진 피해 관련 공공임대주택 건립(350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333억원을 증액했다.

또 학교ㆍ유치원ㆍ어린이집의 정수기 설치 등의 지원을 위해 278억원을, 전국 노후 상수관로의 누수와 오염을 파악하기 위한 정밀조사 실시 예산도 100억원 증액했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123억5천만원), 희망근로 지원사업(-240억원), 지역공동체일자리(-66억3천만원) 등 야당이 여당의 총선용 예산이라며 문제 삼았던 일자리 관련 예산은 삭감됐다.

복지 예산으로는 보건복지부의 의료급여경상보조(-762억7천만원), 생계급여(-54억5천만원) 등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바우처(-8억2천만원) 등이 삭감됐다.

이날 처리된 추경은 ‘졸속·깜깜이’심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감액을 정밀심사하는 예결위 조정소위는 지난달 17∼19일 단 세 차례에 걸쳐 23시간 30분 동안만 진행됐다.

또 예결위는 심사 내용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되는 조정소위를 운영하는 대신 김재원 위원장 주재로 여야 간사 3명과 정부 측 관계자만이 참석하는 간사회의에서 비공개로 심사를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