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가능성-쟁점과 과제’ 토론회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17일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가능성-쟁점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사진=김기율 기자>
▲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17일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가능성-쟁점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사진=김기율 기자>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상생형 지역 일자리의 대표 모델로 꼽히는 광주형 일자리의 협약식이 진행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당시 당·정·청은 광주형 일자리를 ‘핵심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지원을 약속하면서 조속한 타결을 촉구한 바 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인 ‘혁신과 상생’이 줄어들고 보여주기식 중앙 주도 정책으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고용수치 및 기업에 집중된 정책’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17일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가능성-쟁점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에서 시작해 상생형 지역 일자리로 퍼져나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정책을 짚어보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박명준 위원은 “광주형 일자리가 과거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된 투자촉진 지원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창출모델의 보편화를 실현한다는 기존 취지는 광주형 일자리가 핵심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격차해소 가치에 제대로 착목하지 못했다”며 “상생의 이름으로 보여주기식 사회적 대화를 형식적으로 진행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형 일자리는 현재 느슨한 개혁안을 중심으로 주요 이해 당사자들 간의 사회협약을 체결한 상태로, 더 심화되어 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상생형 지역 일자리를 말할 때 광주형 일자리의 확산이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생형 일자리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지역에 맞게 고안하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산업-지역-일자리 이 세 가지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며 “지역 전체가 새로운 일자리 질서를 만들기 위한 소통을 활성화하고 응집력을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준 위원은 “연대와 혁신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발현·진화해 가도록 할 것인가를 핵심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제도적이고 기초적인 기반을 닦아주는 역할을, 노동자와 기업은 ‘포용적 유연화’와 ‘연대적 혁신’의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용석 민주노총 부설 정책연구원장은 “광주형 일자리 정책에 노동권이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박용석 원장은 “광주시가 2015년 해외 혁신 비교 사례로 원용한 독일 폭스바겐과 금속노조 간 교섭 추진 과정을 보면 광주형 일자리에서의 협약 추진과정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과 금속노조는 노사공동선언을 통해 사회헌장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전 세계 폭스바겐 그룹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노동조건, 노동시간, 임금, 안전 및 노동자 권리와 노조활동 보장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용석 원장은 “2015년 진행된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 연구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는 전략적 연대, 생산관계 혁신, 노사 파트너십 등을 통해 지역 내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모델로 설정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가치들이 실제 추진과정 및 투자 협약 내용에서 얼마나 구체화됐는지, 또 바람직한 일자리 정책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낡은 정책을 근간으로 잘못된 정책을 추진했다”며 “마치 임금 억제 정책만이 유일한 일자리 정책 방향인 것으로 제시하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노사간 상생 협약을 체결했으며, 대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무노조 경영 및 노동권 배제를 협약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박용석 원장은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하게 될 차종도 지적했다. 그는 “소형 SUV를 연간 7만 대 생산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생산설비 과잉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자동차 생산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미래차 개발을 염두에 둔 구조조정이 확산되는 지금, 과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올바른 진단에서 도출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광주형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는 않지만 권장할 만한 모델”이라며 “이를 지속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도구나 시스템을 통해서 경쟁력을 만드는 ‘로우 로드(Low Road)’가 아닌, 사람을 기반으로 한 ‘하이 로드(High Road)’ 모델로 전환해 혁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현대차와 광주시 외에 32개 기관이 투자를 결정했다”며 “이번달 안에 첫 이사회를 열어 정관을 결정하고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광주형 일자리는 현재 만들어 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신설법인과 노정협의회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험난한 과정이 있다고 해서 피할 수는 없다.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의 상생형 일자리는 너무 조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역량을 강화하면서 사업을 진행하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 부분이 고려되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채준호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의 시행착오 원인으로 ‘지역주체 역량’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협약 마지막 단계에서 지역 이해당사자, 특히 노동게의 참여가 부족했다. 민주노총은 정부 주도 상생 지역 일자리 사업에 부정적·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며 “광주시는 당초 추진하려던 원칙을 고수하지 못했고, 투자자 위주로 주도권이 흘러갔다”고 진단했다.

조형제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추격형 후발주자’ 경제가 한계에 부딪혔다”며 “상생형 지역 일자리는 한국경제 위기에 대한 인식공유, 자본 혁신, 노동 양보 등 전제조건이 마련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제 교수는 “노사 관계에서 회사 책임이 더 크지만, 노조 역시 성찰하고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노조는 그동안 기업 내부에서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투쟁해왔기 때문에 가진 것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노조원 임금 상향을 위해 하청업체가 씨앗 역할을 했다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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