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게임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게임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조민정 기자]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새로운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이 제정돼 국내 게임 업계를 비롯해 전 세계 게임산업 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오는 28일 WHO 총회 폐막 자리에서 회의 결과 보고 절차가 남은 상태지만 사실상 결정 번복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25일 WHO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이번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다는 제안(ICD-11)이 채택됐다.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란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면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같은 행위를 스스로 중단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시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한다. 

WHO 총회 폐막일인 28일 해당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표되면 오는 2022년부터 최소 과도기 5년 간 각 회원국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 치료 권고를 하게 된다. 각각의 회원국들은 코드가 부여된 질병에 대한 보건 통계를 발표해야 하며 치료 및 예방 예산 배정도 가능하다. 

WHO의 이같은 결정에 미국게임산업협회(ESA)는 결정 재고를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에는 한국과 유럽, 미국, 캐나다 등 각국 게임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ESA는 “게임이용장애가 WHO의 규범 설정 도구에 포함될 만큼 충분한 증거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WHO 지침은 정기적이고 포괄적인 검토에 기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게임중독의 질병코드분류 반대 여론이 거세다. WHO의 제안 채택 이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공대위)는 반대 성명을 내고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고, 충분한 연구 및 데이터 등의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의 지정은 성급하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오는 29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며 질병코드 반대 활동에 대한 실행 계획 등을 공표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게임중독의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국내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WHO 측에 추가 의의를 제기할 방침”이라며 “WHO 권고가 발효된다 하더라도 국내 적용까지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명확한 과학적 근거 없는 국내 도입은 반대한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WHO에 한국대표단으로 참석한 보건복지부는 문체부와 확연히 다른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면 받아들이겠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복지부는 이미 국내 질병분류체계 반영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국내 게임이용장애 현황과 이해관계자 의견 등을 파악하고 통계청이 담당하고 있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문제 등과 관련한 관계 부처의 역할과 대응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르면 6월초 민관 협의체를 출범할 계획이며 현재 인선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복지부가 이미 질병 분류를 수용하기로 입장을 정했기 때문에 정책협의체에 참여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박 과장은 이에 대해 “정부 내 의견 차이는 조율해 나갈 계획이나 복지부 제안 협의체 참여는 사실상 어렵고 보다 객관적 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체부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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