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서비스 단계적 감축, 법인·대형가맹점 경제적 이익 제공은 법으로 제한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 인하로 어려움을 호소한 카드사들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놨다.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산정 방식을 바꿔 카드사의 사업 확장 여력을 높이는 것 등이 골자다. 금융당국은 다만 카드사와 카드업계가 요구했던 레버리지 비율 완화는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카드사의 출혈마케팅을 법으로 제한해 고비용 영업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마케팅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금융위는 카드사의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각종 신사업을 허용해 주기로 했다. 카드사들이 영업하며 취득한 보유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데이터 관련 산업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감독규정을 개정하고 신용정보법 개정 시 본인 신용정보관리업(마이 데이터 산업)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겸영을 허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레버리지 비율 증가로 카드사들의 신사업 발굴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레버리지 비율 산정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비율을 계산할 때 빅데이터 신사업 관련 자산과 중금리대출 활성화 사업 자산인 경우 총자산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로 카드사 등 금융사들의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하기 위한 규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우리카드가(6.0), 롯데(5.8), KB(5.2). 하나(5.1), 현대(5.0), 신한(4.9), 삼성(3.7), 비씨(3.4) 순이다.

다만 금융위는 카드업계가 요구한 레버리지 규제 비율(6배) 완화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초 카드사들은 캐피털사(10배) 수준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날 카드사의 렌탈업무 취급기준을 개선 방안도 내놨다. 현재 카드사는 렌탈업을 할 수 있지만 리스 취급 중인 물건만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 사업자 대상 렌털(B2B)에 한해 취급 물건 제한이 사라지고, 여신금융협회에서 자율 규제로 심의하게 된다.

휴면카드 자동 해지 규제도 사라진다. 지금은 카드를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카드 이용이 자동으로 정지되고 이후 9개월이 지나도 고객의 계약 유지 의사가 없으면 해당 카드가 자동 해지된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카드 이용만 정지될 뿐 자동 해지는 되지 않는다.

이 경우 소비자가 휴면카드를 살리고 싶을 때 언제든지 전화나 모바일, 홈페이지 등에서 쉽게 처리 할 수 있게 된다. 또 카드사는 탈회한 회원을 다시 유치하려고 마케팅 비용을 쓰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금융위는 이 밖에도 카드사가 고객이나 가맹점에 각종 안내를 할 때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시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카드 갱신과 대체 발급은 서면 동의 없이 전화와 인터넷, 모바일로 가능하게 했다.

최 위원장은 “카드업계가 예전과 같이 마케팅 경쟁으로 회원을 유인하고, 가맹점 수수료에 수익을 의존하는 구태에 머무른다면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도태되는 비극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혁신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인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 위해 카드사 출혈마케팅 법으로 제한

금융위는 이날 대형가맹점 및 법인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사의 출혈마케팅을 법령으로 제한하고, 신용카드에 탑재된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의 카드사 고비용 마케팅 개선 방안도 내놨다. 카드사들의 경영 건전성을 강화하고, 전반적인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상요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사 경쟁력 및 건전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사 경쟁력 및 건전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6조7000억 원으로 가맹점수수료 수익의 절반 이상(54.5%)을 차지한다. 특히 대형가맹점은 수수료 수익 대비 마케팅 비용 비중이 70%를 웃돈다.  이는 신용카드에 탑재된 과도한 부가서비스와 함께 카드 수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카드사가 법인회원에게 결제금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선한다. 카드사들이 법인회원 유치 차원에서 이면계약을 통해 카드 매출액의 1% 내외를 캐시백으로 지급하거나 법인세 카드 납부 대행수수료(0.8%)를 면제하는 등의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만약 시행령이 허용 범위를 초과하는 수준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요구자와 제공자 모두를 처벌하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도 추진된다. 

금융위는 또한 대형가맹점에 대한 사내복지기금 출연이나 해외여행경비 제공 등 부당한 현금성 보상금 제공도 금지하기로 했다. 이는 여전법상 '부당한 보상금'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와 관련해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지금은 법상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이를 하지 못 하도록 명확하게 규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카드 상품에 탑재된 과도한 부가서비스도 제한된다. 카드 신상품의 경우 수익성 분석을 강화한다. 가맹점 수수료나 회원 연회비 등 예측된 이익이 부가서비스 비용을 넘어서지 않도록 상품 설계 과정을 더 까다롭게 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기존 상품의 부가서비스 감축 문제는 고객이 받는 혜택의 직접적인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단계적·순차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윤 국장은 “올해 1분기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 했지만, 카드사 상품 수가 4700개나 되다 보니 획일화된 기준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며 “시한을 정하지 않고 좋은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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