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KCGI, 주총 표대결 놓고 치열한 공방전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한진칼 압박 강도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KCGI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숨겨놓은 한진칼 지분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6일 KCGI는 지난 4일 한진칼에 발송한 내용증명을 통해 대한항공 임직원 등 명의 주식 약 224만 주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해당 주식의 보유주체라고 하는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대한항공사우회의 주식취득자금 조성경위 및 운영진 선정경위에 대한 조사 등을 요구한 것이다.

KCGI는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결정에 따라 송부 받은 한진칼 주주명부를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조양호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대한항공 본사가 주소로 기재된 대한항공 임직원 2인 및 대한항공 관련단체 명의의 지분 합계 224만1629주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KCGI는 주장했다.

이 지분의 평가액은 500억 원을 상회하며 지분율도 3.8%에 이르는데, 자본시장법이나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또는 동일인관련자의 지분으로 신고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KCGI의 해명 요청에 한진칼은 “해당 주식은 대한항공 직원들 또는 대한항공 직원들로 구성된 자치조직(대한항공 자가보험 또는 대한항공사우회) 등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으로, 한진칼이나 대한항공은 그 지분의 취득과 의결권 행사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회신했다.

KCGI는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대한항공이 대한항공 자가보험이나 대한항공사우회의 운영자금을 일부라도 출연했거나 그 운영이 대한항공 특정 직책의 임직원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며 “조 회장이 대한항공을 통해 이 단체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이는 자본시장법상 특수관계인 및 공정거래법상 동일인관련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자금지원이나 운영진 선정에 관여한다고 판단되면 자본시장법과 공정거래법상 신고를 즉각 이행해야 하고, 자본시장법 제 150조에 따라 신고일로부터 6개월 동안 해당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명주식 의혹에 한진그룹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한진칼과 한진칼 특수관계인은 해당 주식에 대해 일체 관여한 바 없으며, 관여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의 주주 3명(대한항공 자가보험, 대한항공사우회, 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주식 224만1629주는 한진칼 특수관계인의 차명주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룹은 “이 주식은 한진칼 설립 당시, 2013년 8월 대한항공 인적분할 과정에서 대한항공 주식이 한진칼 주식으로 전환된 것”이라며 “이 주식의 명의자는 대한항공 직원 또는 직원 자치조직을 대표해 해당 주식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KCGI의 이번 의혹제기는 주주총회 표대결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28.95%인 반면, KCGI의 지분은 10.81%에 불과해 이 3.8% 지분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양측은 주주제안권 행사 자격을 놓고도 소송전까지 벌이며 대립중이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에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서를 송부했지만, 한진칼은 상법을 들어 ‘소수주주가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KCGI는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법원은 지난달 28일 이를 일부 인용했다.

당시 법원은 김칠규 회계사의 감사선임과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시 조재호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을 올해 정기주총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 이사 보수한도 총액을 기존 5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줄이고 계열사 임원 겸임 시 보수한도를 5억 원으로 제한하는 안건과 감사 보수한도를 3억 원으로 제한하는 안건도 포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한진칼은 6일 의안상정 가처분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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