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자처하는 정수성, 민의와 정당정치 왜곡 우려

여권 내전으로 불리며 계파갈등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4.29 경주 재보선.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의 의미로 확대되는 재보선 성격과 영남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경주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선거구임에 틀림없다.

각 언론은 여야 간 한판 대결장이 될 인천부평(을)과 함께 여권 내 친이-친박 구도로 펼쳐지는 경주를 조명하기에 바쁘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공천과 당선 가능성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고, 그 혼선과 잡음은 또 다시 계파 간 대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무소속 정수성, 과연 친박으로 볼 수 있는가

그러나 여기서 놓치는 것이 하나 있다.

친박 후보로 평가받는 무소속 정수성 후보의 당위성 문제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지낸 경력과 지난해 연말 경주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박 전 대표가 참석했다는 이유를 들어 정 후보를 친박 후보라 말할 수 있는가의 지적에 대해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을 내려야 한다.

친이계 핵심으로 이상득 의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 내 공천에 한 발짝 다가선 정종복 후보는 12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 내에 들어오지도 않은, 무소속인 사람을 친박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만약 그 분(정수성 후보)이 당으로 들어오면 친이, 친박 대결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그냥 박근혜 전 대표하고 친하다고 해서 친이, 친박 대결로 몰아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수성, 친박 내세우려면 당당하게 한나라당 공천과정에 응해야

박 전 대표는 엄연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더구나 그는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당의 중진이자 얼굴이고, 또한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미래권력이다.

당 내에 친이, 친박이 엄연히 존재하고, 계파갈등이 여권의 최대 난관임도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18대 총선과정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낙천한 친박계 후보들이 공천의 부당함과 친박 주자임을 내세우며 친박연대라는 당을 통해서, 또는 무소속으로 대거 출마한 경험도 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을 남긴 채, 원칙을 지키며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였다.

이들은 국민의 심판대에 섰고, 국민의 뜻에 따라 당선이 됐으며, 국민과 약속한 대로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그러나 정수성 후보에게는 그런 정당성이 없다.

공천 탈락이 두려워 한나라당에 입당도 하지 않으면서, 박 전 대표와의 관계만을 내세워 친박임을 자처하고 있다.

지역민심이 박 전 대표에게 쏠려있다는 판단 하에 무소속과 친박을 병행하는 이중성의 오류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 후보는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협위원장이 임명하는 대의원 중심으로 구성된 조직 분포상 경선에 나가면 되겠냐”면서도 “당선이 되면 한나라당에 입당을 원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가 친박임을 지역민 앞에 내세우려면 박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당당하게 공천과정에 응해야 한다.

그것이 정당정치의 원칙이다. 원칙은 명분이며, 명분은 정치의 생명이다.

박근혜, ‘원칙의 지적’ 있어야

박 전 대표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뒤따라야 한다.

국가 지도자급 박 전 대표라면, 더군다나 원칙을 중시하는 그라면 정 후보의 정당정치 파괴 행위에 대해 지적이 있어야 한다.

‘朴心’만으로 당선되는 기형적 정치문화는 지역민의를 왜곡할 수 있음을, 보스주의와 추종정치를 낳을 수 있음을 박 전 대표는 지적하고, 조정해야 한다.

그것이 차기를 향하는 박 전 대표의 ‘원칙’이자, 국민이 박 전 대표에게 바라는 ‘원칙의 행보’다.

무조건 선거에서 이기고 보겠다는 생각이 민의와 정당 정치의 왜곡을 낳을 수 있다.

‘비전과 정책은 전무, 오직 박근혜와의 인연만 강조’

취재진이 경주 현지에서 확인했듯, 지역민심은 박 전 대표를 향하고 있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친박적자 논쟁이 경주 재보선을 진흙탕 싸움으로 이끌 위험성도 상존한다.

<폴리뉴스>를 통해 경주 재보선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폴리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정 후보를 친박 주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출판기념회 참석한 것 하나를 두고 정 후보가 박심을 팔고 다니고 있다”며 “아무리 선거 전략이라고 해도 정치 정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또 “정 후보가 당당하다면 한나라당 공천과정에 응해야 한다”며 정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朴心’만 팔면 당선? 지역민의 대변할 준비된 후보 필요해

경주에서 직접 확인한 정 후보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박근혜님은 정수성과 함께 경주를 사랑합니다’ ‘박근혜님과 함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였다.

어떻게 경주 지역현안을 해결하고, 어떻게 경주발전을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정책 제시는 전무한 상태에서, 지역민심을 자극키 위해 오직 박 전 대표와의 친소관계만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인터뷰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취재진은 유력후보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정종복, 자유선진당 이채관, 무소속 정수성 후보 등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사전에 인터뷰 질의서를 각 캠프에 보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할 때 인터뷰 요청서와 함께 질의서를 보내는 사전 절차를 생략한 것이다.

이는 선거에 임하는 후보라면 기본적으로 지역현안과 그에 대한 대안 정도는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바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정종복, 이채관 후보 등과 달리 정수성 후보는 인터뷰에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11일 오후 정 후보는 <폴리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출마의 변을 밝혀 달라”는 기자 요청에 “미리 사전 질의서를 보내줘야지, 갑작스럽게 질문하면 어쩌냐”며 “지역언론과의 인터뷰 때도 출마의 변이 적힌 종이를 카메라 뒤편에 붙여놓고 했다”고 고백했다.

취재진이 “왜 출마했는지 정도는 밝혀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지적하자 정 후보는 인터뷰를 다음날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정 후보의 정식 인터뷰는 12일 오전에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정종복, 이채관 후보 등과 즉석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정수성 후보의 지역현안에 대한 이해와 비전 부족이 상대적으로 커져만 갔고, 이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취재진은 느꼈다.

경주 재보선은 박 전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를 올바로 국정에 전달하고 지역발전 정책을 실현해 갈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경주시민들의 축제 장(場)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키워드

#기자수첩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