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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국민연금, 3월 주총 역할은?…조양호 일가 ‘갑질’엔 주주권 행사 검토

박능후 복지부 장관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 행사하겠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국민연금이 ‘땅콩회항’과 ‘물세례 갑질’ 등 일탈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만 123조 원 넘게 투자한 국민연금이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에서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 및 방식 등을 검토하도록 했다. 기금위는 수탁자책임위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2월 초까지 주주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수탁자책임위는 기존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조직이다. 주주권 횡령·배임 등 대주주 일가와 경영진의 사익 편취 행위, 저배당, 계열사 부당 지원 등 주주가치 훼손 행위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하면서 신설됐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자금 주인인 국민 등의 이익을 위해 주주권 행사 등 수탁자로써의 책임을 적극 이행하도록 한 행사지침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37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만 123조 원 넘게 투자한 한국의 대표적 기관투자가다.

그러나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사실상의 기업 경영참여인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대부분의 주총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며 ‘주총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건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편법 경영권 승계 과정이었다는 의심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며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관련 안건에 대한 논의가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을 이행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한공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기업의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검토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양호 회장 퇴진을 위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대한항공의 지분 12.45%를 가진 2대 주주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은 7.34%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조 회장 일가(28.93%),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국내 사모펀드(PEF) KCGI(10.71%)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것이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검토를 시작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본격화하면 매년 3월 주주총회 시즌마다 경영계에는 건강한 긴장감이 감돌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290여개에 달한다. 또한 코스피 기준 시가총액 10위권에 드는 기업의 지분도 대부분 5% 이상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건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 등 기업의 부적절한 행위가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가 운용하는 자금은 국민의 돈이라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손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

따라서 향후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주가가 하락한 기업이나 국민연금이 지정한 중점관리사안 등을 개선하지 않는 기업들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이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타깃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기업 주총 반대의결권 행사 비중은 점점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1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571개 기업의 정기 및 임시 주총에 666회 참여해 4713개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은 전체의 16.3%(607건)으로 전년 대비 4.5%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주총 분할 및 합병 안건은 롯데지주의 6개 비상장 계열사 흡수 합병 건, 예스코의 지주회사 개편을 위한 물적분할 건, 카카오의 카카오엠 흡수 합병 건 등이다. 반대 이유는 전부 주주가치 훼손 우려였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가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그동안 재벌 총수 일가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에 큰 피해를 입히고도 책임을 회피해온 관행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있는 경영계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행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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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혜 기자

경제부에서 금융당국, 은행, 보험, 카드 등을 맡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경제와 금융을 공부하고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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