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경 전 BNK금융 사장 징역 1년 2개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징역 1년 6개월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0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0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채용비리가 불거진 전국 7개 은행 전·현직 경영진 중 재판에서 실형을 받은 건 이 전 행장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부산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지난해 7월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은 박재경 전 BNK금융지주 사장, 두 번째는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재희 판사는 10일 이 전 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도망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이 전 행장을 법정 구속했다.

이 전 행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신입 은행원 서류전형에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우리은행 본부장 및 지점장 자녀 등 불합격자 20여 명을 합격시키고, 1차 면접에서 불합격자였던 전 국가정보원 간부 및 금감원 부원장보의 자녀 등 15명을 통과시킨 사실이 드러나 우리은행의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서류전형과 1차 면접 전형 당시 인사부장은 은행장에게 합격자 초안과 함께 청탁 대상 지원자들의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천인 현황표’를 들고 갔는데, 이 표에 이광구가 동그라미를 쳐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했다”며 “여기서 합격된 지원자는 새로운 조정작업이 이뤄져도 합격자 명단에서 빠지지 않도록 채용팀이 관리했다”고 이 전 행장의 채용비리 범행 수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행장이 합격시킨 채용자는 청탁대상 지원자이거나 행원의 친인척인 경우”라며 “불공정성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직원 채용에 대한 업무는 은행장의 권한이지만 법률을 위반하거나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정도로 (권한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은행의 공공성과 우리은행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은행장의) 재량권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은행의 공공성이 일반 사기업보다 크다는 사실도 강조됐다.

재판부는 “우리은행은 공공성이 다른 사기업보다 크다고 할 수 있고, 신입직원의 보수와 안정감을 볼 때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직장”이라며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하고 그 기본이 공정한 채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조직보다 채용 공정성이 기대됐지만, 사회 유력자나 고위 임직원을 배경으로 둔 것이 새로운 스펙이 됐다”며 “지원자와 취준생들에게 좌절과 배신감을 주고, 우리 사회의 신뢰도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해서는 “은행장 연임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정원 간부의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 결재권자로서 업무방해를 주도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다만 “우리은행이 채용 절차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과 구별되는 점이 있고, 면접관들도 선처를 바라는 점,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행장의 채용비리 가담에 대해 “은행장의 사익을 위한 행동이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이 전행장과 함께 기소된 남 모 전 국내부문장(부행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전 인사부장 홍 모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직원 2명에겐 징역 6~8개월에 집행유예 2년, 1명에겐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유죄 판단 이유를 “이 사건은 은행장인 이광구를 정점으로 인사 담당 임원과 인사부장, 채용팀장 등 피고들이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공정한 채용업무를 방해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6월 검찰은 국민·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 비리를 수사한 뒤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성세환 전 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등 은행권 임직원을 각각 구속(12명)·불구속(26명) 기소해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주요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장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8월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같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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