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자 한겨레 인터뷰서 한국경제 관련 솔직한 속내 밝혀

10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에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10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에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최근 “아직은 평가를 보류하겠다”고 말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힌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25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장 교수는 자신의 발언이 같은 얘기를 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얘기하다 보니 오해를 낳은 것 같다며 “나의 관심은 언제나 정부주도의 산업정책 연장선에 놓여 있다. 재벌 개혁 문제와 관련해 산업정책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 교수는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 투자자문사의 반대 의견으로 무산된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아무리 재벌 총수 집안이 밉더라도 해외 금융자본에 넘긴다는 건 잘못됐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산업정책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아직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교수는 “WTO 체제에선 한 나라의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미국도 냉전 시기에 국방 연구 등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정부주도적이었다 하지만, 연구개발(R&D)만 놓고 보면 미국이 훨씬 더 국가주도적이었다”고 말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과거 일이 아니었냐는 질문에 “2008년 금융위기 터지고 나서 어떻게 했나, 지엠(GM)과 크라이슬러에 공적자금 투입해 살려놨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장 교수는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파헤쳐서 쓸 수 있는 거 없는 거 따져 봐야 하는데 마냥 손 놓고 있다”며 WTO 제도 하에 있지만 정부가 산업정책을 펼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음을 암시했다. 

산업정책과 관련한 지방자치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크다며 “산업 정책이란 건 특수성 때문에 존재한다. 지금도 하지 않으려니 안보일 뿐”이라고 말해 지방정부의 역할이 작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장 교수는 “중국이 쫓아온다, 샌드위치 신세다 타령만 했지, 기업이나 정부가 한 게 뭐가 있냐”며 “지금 고용대란이라고 떠들지만 정작 공격하는 사람이나 방어하는 사람이나 기껏해야 경기를 탓하거나 최저임금 탓만 하고 있는 게 슬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과감성이 필요하다면서 그 방안이 복지국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장 교수는 “경제발전 하는데 30, 40년 걸렸듯이 복지국가 제대로 하는데도 그 정도 시간 걸린다”며 “정부가 지금 해아할 일은 담론구조 바꿔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을 1%포인트씩 올리겠다는 식의 방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구체적인 방안으로 장 교수는 증세와 적자 재정을 언급했다.  

그는 “세금 개념부터 바꿔야지 왜 조세부담이라고 말하는가. 복지국가는 사회서비스를 공동구매하자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몇 년은 적자재정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한국 정부보고 돈 더 쓰라고 충고하는 마당에, 앞으로 3, 4년 적자 보더라도 복지지출을 과감히 늘려 국민생활 안정시키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대해 장 교수는 자영업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의식해 스웨덴 사례를 언급하면서 어려워지니 너도나도 생계형 자영업에 뛰어드는데 복지 비중을 높여 꼭 창업을 원하는 사람만 할 수 있게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것이 경제 민주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 견줘 업데이트된 장하준식 경제 해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장 교수는 “진정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국가”라며 “(복지국가를 위한) 세금이 높아도 정부 서비스의 질이 높다면, 그래서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흔쾌히 세금 더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은 부담이 아니라 회비”라며 “복지국가 만들어 공동구매함으로써 복지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재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이 주요기업의 주요 주주인데 경영권 보호해줄테니 너희는 앞으로 몇 년간 어떻게 투자하겠다는 식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딜해야 한다”며 “가령 삼성특별법 같은 거 만들어서 이재용이 상속받는 주식을 국민연금에 신탁한다면 상속세 낮춰주겠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2년 이상 주식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한데 가중의결권을 주기로 한 것도 눈여겨 볼 필요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산업정책 관련 역할에 대해 장 교수는 “정부가 산업정책으로 해야 할 일을 국민연금이 대신한다”며 “노후자금 보장과 국민경제에 기여라는 두 가지 분명한 역할을 제시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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