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움'이란 편견 강화해 이미지 메이킹"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한편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회원들(오른쪽)이 '증인 역고소'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한편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회원들(오른쪽)이 '증인 역고소'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재판이 위력 입증을 두고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안 전 지사 측 증인들의 발언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 13일 열린 5차 공판에서 안 전 지사 측 변호인단은 '위력에 의한 성관계'가 아님을 입증하고자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 등을 증인신문,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이성적으로 좋아했다는 걸 드러내는데 주력했다.

이 자리에서 민 씨는 "새벽에 부부의 침실을 찾아왔었다",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보고 볼에 홍조를 띠었다", "귀여운 척을 했다"는 등의 증언을 했다. 민 씨는 이 과정에서 재판장으로부터 주관적 증언은 자제해달라고 제지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들은 여과없이 언론에 노출됐고, 여성단체들은 이런 움직임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성단체 "피해자에 전형 없어…2차 피해 확산 경계해야"

여성단체들은 피해자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이 2차 피해로 확산된다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사건에 대한 조명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안희정을 좋아한 것 같다는 짜고 친 듯한 (증인들의) 발언은 '합의한 관계'라는 주장의 증거인가"라고 되물으며 "증인들은 안희정의 이미지 메이킹을 맡았던 경력과 역량으로 김 씨의 (왜곡된) 이미지 메이킹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지난 12일에는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가 성명을 내고 "'피해자다움' 이라는 편견을 강화하며 그 기준에서 비껴간 인상비평을 나열하고 편집하면서 가해자 측은 피해자에 대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든다"며 "피고인 측은 모든 증인 심문을 공개하면서, 피해자의 평소 행실에 대한 자의적, 왜곡된 주장을 전시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2차 가해이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여성인권단체 성남여성의전화 배진경 강사는 18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자극적 키워드로 기사를 유포하는 언론사에 대해 지적하면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주목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배 강사는 "다른 범죄는 피해자가 조명받지 않는다. 그런데 성폭행은 다르다. 미투 운동 이후 그나마 가해자가 드러났지만 미투 전에는 쏙 빠져있었고, 피해자의 행실만을 의심하고 주목했다"며 "(성폭행 또한) 피해자에 주목해선 안 된다 가해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피해자 전형이 있다면 김 씨는 그것과 완전히 배치된 사람이다. 어리고 소심하고 결혼 경험이 없다는 등의 전형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피해자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그러나 피해자라는 건 전형이 없다. 10명이면 10명 다 다르다. 성격과 피해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2차 피해로의 확산 자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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