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반발과 미국의 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의 대북 강경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북대화에도 난기류가 조성되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비난하며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문제삼은 맥스선더 훈련은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훈련이긴 하지만,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스텔스 전투기 F-22와 핵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B-52가 참가할 예정이었다.

이번 일은 한미 군당국의 안이한 인식의 탓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나워트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 정부 또는 한국 정부로부터 이 훈련을 계속 수행하지 말라는 의사를 들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 합동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미국에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해왔기에 북한의 반발이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의 이행에 한미 정부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아무리 연례훈련이라고 하지만 비핵화를 말하면서 자기들은 핵전략 폭격기를 참가시킨 대북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온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은 이번 고위급회담 중지를 선언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심사숙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일로 남북대화나 북미정상회담 자체를 원점으로 돌리는 선택을 성급하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음은 알 수 있기에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미국인 3명을 석방한데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에 들어갔음에도 미국 측의 대북 압박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리비아식 모델'과 함께 PVID를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 착수하기 전에 북한의 핵폐기가 완료되어야 한다는 선()핵폐기론을 제시하고 있다. 또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주의 오크리지로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비핵화 대상이 아니었던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를 동시에 폐기해야 한다는 추가적 요구도 하고 있다.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북한 인권문제까지 제기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북한 측이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나름 자기들대로의 실행에 들어가고 있는 마당에 추가적인 요구를 내놓으며 압박몰이를 하는 모습은, 대화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살 수 있다. 지금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마치 승전국이라도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북한을 패전국처럼 다루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밝힌 것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제재에 대한 항복으로 해석하는 미국 측의 사고가 아닌가 해서 우려된다. 그런 태도는 북한의 자존심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비핵화는 성공할 수 없고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급기야 북한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자신들의 일방적인 핵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는 흥미가 없으며 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호혜적인 노력 없이 일방적인 핵포기만 요구하는 미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자 통첩으로 해석된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의 비핵화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동시에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미국의 신뢰할만한 조치들이 나와야 가능한 일이다. 북한은 핵을 폐기했는데 그때 가서 미국의 마음이 바뀌어 침공해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그들의 불안을 확실하게 해소시켜줘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에 대해서는 강경한 요구들을 계속 꺼내면서도 정작 북한의 안전 보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B-52가 참가하기로 한 맥스선더 훈련에 북한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전승국처럼 행세할 것이 아니라, 호혜적인 결단들을 내림으로써 북미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들은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신호는 보내면서, 정작 상대로 하여금 자신들을 믿게 할 신호는 내놓지 않고 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야 협상은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음을 미국이 잊어서는 안 된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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