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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월호 4주기] 어쩌면 끝났을, 어쩌면 또 다른 시작일지 모를 세월호 4주기

[르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세월호…성숙한 대한민국으로 발전하는 계기 되길

[폴리뉴스 신건 기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시샘이 나도록 맑고 청명했다.
 
‘4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도록 안산 화랑 유원지는 변한 것이 없었고, 영정 속 아이들의 모습도 그대로였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불었는데도, 아직 나올 눈물이 남았는지…. 그렁그렁 맺힌 눈가의 눈물을 미처 닦지 못한 유족들의 얼굴이 보였다.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과 굳은 표정을 한 채 식장에 입장하는 가족들의 얼굴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아이들의 얼굴을 보자 또 다시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컥했다가, 이내 울음을 삼킨듯 마음을 진정시켰다.
 
16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영결·추도식장에는 사전에 마련된 6000개의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주최측 관계자는 7~8000명(추정) 정도의 시민들이 오신 것 같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슬픔 속에 열린 영결·추도식…시간은 약이 될 수 없었다
영결·추도식의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북적했던 장내는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이순간만큼은 어린 아이의 칭얼거림마저 없을 정도로 장내가 고요 속에 묻혔다.
 
 
김영철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의 세월호 참사 경위보고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사가 끝나고, 고(故) 전찬호군의 아버지인 전명선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대표 추도사를 읊었다.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듯한 울음을, 전 위원장은 아버지의 심정으로 억누르며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나갔다. 그러나 추도사가 줄어들수록 억눌린 감정은 반작용처럼 조금씩 말투 속에 새어 나왔다.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가 어떤 심정으로 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슬픔을 꾹꾹 눌러 삼키며 ‘사랑한다’라는 네 글자를 마지막으로 추도사를 끝마쳤다.
 
단원고 2학년 2반 고 남지현 학생의 언니 남서현 씨가 동생이 있는 하늘로 보내는 편지를 읽을 때에는 몇몇 사람들이 눈물로 촉촉히 적셔진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누가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가족들은 아직 자식을 떠나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사진 앞에서 자식의 이름을 수차례 울부짖으며 분향소를 떠나지 못했다. 한 어머니는 실신해 119에 실려가기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정부 주도의 합동 영결·추도식은 많은 사람들의 슬픔 속에…. 그렇게 마무리됐다.
 
 
▲세월호로 드러난 ‘상실의 대한민국’…누가 ‘세월호’를 이념갈등으로 부추겼나
장내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사람만 있던 것은 아니다. 세월호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시민들과 충돌했다.
 
70대로 추정되는 한 노인은 “4년동안 시끄럽게 떠들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느냐”라고 말하자, 20대로 추정되는 시민이 “가족이 죽었어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느냐”며 소동을 벌였다.
 
세월호가 이념적 논쟁의 상징이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아니 세월호가 이런 이념적 논쟁의 꺼리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어쩌면 이런 이념적 논쟁을 정치권이, 우리 언론이, 우리 사회가 부추긴 것은 아니었을까.
 
 
화랑유원지 내에 조성되는 ‘4.16생명안전공원’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 몇몇 주민들은 ‘납골당’이라 비하하며, 추모공원 조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전 위원장도 추도사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며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처럼 옆집과 반찬을 나누며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슬픔을 보고 함께 슬퍼하고, 불의를 보고 함께 분노할 수 있는, 그런 인간다움마저 상실한다면 과연 우리는 스스로를 ‘인간’이라 지칭할 수 있을까….
 
인간다움이 상실된 시대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또 그 시대를 물려받을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은 단지 이성을 가진 ‘동물’이 살아가는 곳이 아니길 빌어본다.
 
▲차벽에 가로막힌 유족들의 목소리는 4년만에 차벽 너머로 전달됐다
필자는 초·중·고등학생 시절을 모두 안산에서 보냈다. 때문에 세월호 사고가 났을 당시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동생의 중학교 선생님이 세월호 참사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고 했을 때에는 지인이 뉴스에서나 나올 법한 사고의 희생자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됐다.
 
 
세월호 참사가 나던 해, 나는 정부 산하기관의 객원기자로서 세월호 참사를 취재했다. 아이들의 무고한 죽음에 죄책감을 느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단원고 교감의 장례식은 내가 해당 매체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처음이자 마지막 리포트였다. 화장터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세월호 2주기는 한 대안매체의 수습기자로 맞이했다. 나는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까지의 도보행진을 취재했고, 당시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달라”는 세월호 유족들의 외침은 광화문에 빼곡히 들어선 경찰 차벽에 막혀 전달되지 못했다. 공권력의 높은 벽 앞에서 유가족은 또 다시 발길을 돌려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맞이한 세월호 3주기는 조용히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이 빠졌을 때, 세월호 유족들의 눈물과 울분은 내가 느꼈던 감정 그 이상일 것이리라….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되어서야 유가족의 목소리는 정부에 전달됐다. 그리고 정부는 유가족의 질문에 “진실규명에 최선을 답하겠다”라고 화답했다. ‘진실을 알려달라’. 그 한마디를 전하는데 4년이 걸렸다.
 
누군가는 포기해버리고도 싶었을 그 긴 시간동안,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정부합동분향소는 이날 추모식을 끝으로 단계적 철거에 들어간다. 추모식장은 행사가 끝난 뒤 즉시, 분향소는 오는 20일부터 해체된다. 아이들의 영정은 추후 조성되는 ‘4.16생명안전공원’에 안치돼,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추모공원을 반대하는 잡음도 적지 않기에, 세월호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건이란 생각도 든다.
 
부디 세월호의 진실이 규명돼, 희생자들도, 살아남은 사람들도 부디 편히 쉴수 있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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