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사이서도 ‘무소속’ 출마 요구↑…‘무소속 출마가 제주 민심’

바른미래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연합뉴스>
▲ 바른미래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신건 기자] 제주 4.3 사건을 놓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바른미래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역사인식 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가운데 원 지사의 측근은 5일 폴리뉴스에 ‘원 지사가 오는 10일 무소속으로 제주도지사에 출마 선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제주 4.3 추념식’ 행사 참석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주 4.3사건은 좌익 폭동’이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다음 날(4일) 제주도청 브리핑룸을 찾아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과거사 치유와 앞으로의 미래를 얘기하고 있는데 단편적 팩트로 들어가 제주 4.3이라는 특정 날짜와 남로당 책임 등을 말하는 것은 4.3 추념일의 취지와 맞지 않는 매우 부적절한 멘트”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주장은 과장된 것…4.3 재단 “과거정부의 역사 왜곡 때문”
홍 대표가 주장한 ‘좌익 폭동’이라는 발언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지난 2003년 12월 작성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3 사건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발됐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제주 4.3 사건 당시 희생된 사람의 수는 14,208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가운데 78.1%(10,955명)는 군경 토벌대에 의해, 12.6%(1,764명)은 남로당 무장대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조사됐다.

4.3 평화재단은 “과거 정부가 4월 3일 무장봉기만을 강조하며 역사를 왜곡하다보니 4.3이 고유명사가 됐을 뿐”이라며 “홍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그날의 무장봉기 자체를 기념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무소속 ‘원희룡’이 당선 가능성도 높아
원 지사의 출마 여부는 제주도민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원 지사는 대권주자로도 손꼽히는만큼 ‘제주도지사 출신의 대통령’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당초 원 지사의 출마 형태는 크게 ‘바른미래당 소속 출마’, ‘자유한국당 복당 출마’, ‘바른미래당-자유한국당 선거연대 출마’, ‘무소속 출마’ 등 4가지 중 한 가지의 형태가 될 것으로 점쳐졌다.

일례로 지난달 28일 원 지사는 CBS 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연대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한국당과 선거연대를 해야만 보수를 결집할 수 있고, 그래야만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4.3 발언을 계기로 홍 대표와는 ‘자유한국당 복당 출마’나 ‘선거연대’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상황. 설사 연대를 했더라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제주도 내 한국당 지지율이 저조한만큼 선거판세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원 지사가 현 당적인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서는 것 역시 여의치 않다.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 지난달 16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바른미래당의 당적으로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 후보들과 1대1로 맞서면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우는 8%차이로 민주당 후보들을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는 지난달 16일부터 17일 동안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도민 801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44%와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 56%에 의한 전화면접 조사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9.4%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로, 표본추출 방법은 유선전화번호(43개 국번 별 0001~9999까지 8만개 랜덤 생성, RDD) 무작위 추출과 휴대전화 가상번호(선관위를 통해 제공받은 3개 통신사 제공 1만3200개 활용)가 사용됐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참조할 수 있다.

이같은 여론조사을 미루어 볼 때 원 지사가 제주도지사 재선에 나선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무소속’ 출마 요구 ↑
원 지사는 지난 3월 18일 온라인 기반의 원희룡 지지모임 <프렌즈원>과 함께 ‘다랑쉬굴’을 찾았다. ‘잃어버린 마을’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다랑쉬굴’은 제주양민 10여 명이 학살을 피해 땅굴 속으로 숨었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비극의 장소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3월 18일 온라인 기반의 원희룡 지지모임 <프렌즈원> 회원들과 함께 '다랑쉬오름'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독자 제공>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3월 18일 온라인 기반의 원희룡 지지모임 <프렌즈원> 회원들과 함께 '다랑쉬오름'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독자 제공>

<프렌즈원> 회원 중 한 명인 강 모씨는 지난 3일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4.3사건은 제주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첫 단추의 시기에 벌어진 이념적 상처일 뿐만 아니라, 제주양민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있지 않은 현재 진행중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가 한나라당 이력과 관계 없이 미래 지도자로 성장하려면 적폐와 결별해야 한다. 특정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그것이 제주도민의 민심”이라고 전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과 같은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 출마요구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4.3 사건’ 추모식 당일 홍 대표의 발언에 지지자들은 한국당에 격노한 상황. 

때문에 원 지사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해 선거를 치르기보다는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거를 치를 것이란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이학만 전 새누리당 온라인 대변인은 “홍 대표의 4.3 발언이 제주민심이 돌아서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마 시기 조율중…이르면 10일 무소속 출마 선언
원 지사의 측근은 5일 폴리뉴스에 “원 지사가 현재 출마 시기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며 “10일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이나, 시기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이 좁혀지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 지사가 홍 대표의 ‘4.3 사건’ 발언으로 ‘무소속’ 출마 결심을 굳힌 것 같다”며 “조만간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지사 관계자도 5일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 중으로 거취를 밝히겠다”고 밝혀 이같은 증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4월 말에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 개헌안 논의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있기 때문에, 선거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원 지사측도 가급적 빨리 거취를 밝혀야 한다.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는 ‘적폐 척결’을 앞세운 여권과 ‘올드보이’를 앞세운 야권이 맞붙어, 기존 이념에서 세대 간 대결 양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새롭게 등장한 ‘여권 386’과 기존의 ‘야권 386’ 간의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승부수를 통해 새로운 대권 후보로 성장할 수 있을지. 다가오는 10일과 12일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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