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하영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비리 연루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지 하루 만에 하나은행에 대한 초고강도 검사가 시작되면서,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어왔던 하나금융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20여명 규모의 검사 인력으로 구성된 특별검사단을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조사에 투입했다.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로선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특별검사단은 최 전 원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고강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또 2013년 전후로 검사 대상 기간의 폭을 넓혀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기간은 다음달 2일까지로 잡았지만, 지난 1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사실상 무기한 검사를 공언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최 전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하나은행 측의 폭로로 보고 있다는 심증도 드러냈다. 그는 “알려진 제보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경영진도 제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 추론”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이번 조사는 그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하나금융에 대한 보복성 조치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권 채용비리 파문이 불거진 뒤 진행된 금감원의 시중은행 채용업무 현장 실태 조사 당시, 하나은행은 총 22건의 비리 의심 사례 중 최다인 15건이 적발됐다. 은행 입사 지원자 가운데 지주 전·현직 임원 자녀들에 대해 명단을 만들어 특별관리 했고, 명문대 출신 지원자를 우대했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특혜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도, 은행 고유 업무인 인사에 당국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김 회장 3연임 여부가 달려 있던 하나금융 회추위 일정을 두고도 하나금융과 금감원은 갈등 양상을 보였다.

금감원이 지난 1월 하나금융에 “특혜대출 등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임으로 차기 회장 후보 선출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하나금융이 차기 회장 후보 선출 일정을 강행한 것.

당시 최 원장은 “그 사람들이 (금감원) 권위를 인정 안 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김 회장과의 불편한 관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앞서 최 전 원장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하나금융연구소장으로 발탁하면서 하나와 인연을 맺었고, 하나금융지주 사장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김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고 기반을 단단히 다지면서 2014년 최 전 원장이나 임창섭 전 하나대투증권 사장 같은 대표적인 ‘김승유 라인’은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에 최 전 원장은 김 회장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지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13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이 최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최 전 원장은 역대 최단 기간을 재임한 금감원장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최 전 원장의 재직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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