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산하 민간전문가 14명으로 꾸린 '국가기록관리혁신 태스크포스(TF)' 안병우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기록관리 폐단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행정안전부 산하 민간전문가 14명으로 꾸린 '국가기록관리혁신 태스크포스(TF)' 안병우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기록관리 폐단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폴리뉴스 이나희 기자] 국가기록관리혁신 TF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이 국가기록원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고 밝히며 검찰의 수사를 권고했다.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안병우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장은 국가기록관리혁신 TF 활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이 밝히며 “지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논란과 관련 조사 결과 당시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실'이 고발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다음은 안영우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장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국가기록관리혁신 TF는 새로운 정부의 기록관리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산하에 민간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되었고, 지난 9월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활동하였습니다.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활동 결과를 설명드립니다.

TF는 △ 국가기록원 혁신 △ 공공기록관리 혁신 △ 대통령기록관리 혁신 등 3개 분과로 구성되어 활동했고, 여러 차례의 전체회의(8회)와 분과회의(24회)를 통해 혁신안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12월 7~8일 경주에서 TF 위원들과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소속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320명이 모여 혁신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TF는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해 전체회의 회의록을 공개하고 각종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소통공간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TF의 활동결과는 국가기록관리 혁신방안 보고서로 작성되어 곧 제출될 예정입니다.

기록관리 혁신안을 도출하기 위해 근래의 기록관리 현황과 폐단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TF는 △ 중립성 △ 전문성 △ 정치화라는 3가지 관점에서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기록관리 폐단 가운데 11개 사안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조사과정에서 국가기록원 업무관리시스템 등록 기록과 업무담당자 PC 저장 기록 등을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공식 제공받아 검토했고, 관련자 23명을 면담조사 했습니다. 4개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당시 국가기록원이 참여정부 비서관 10명을 고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TF 조사결과, 당시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실'이 고발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국가기록원이 고발장을 제출하기는 했으나, 고발을 주도한 것은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당시 대통령실이었다는 것입니다.

’08.7.19. 당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국가기록원장에게 고발장 초안과 ‘대통령실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 제하의 고발용 증거자료를 작성하여 제공했고, 국가기록원장이 이를 문서로 시행해줄 것을 요청하자 ’08.7.21. ‘대통령기록물 무단유출 사건 관련 증빙서류 송부’라는 공문을 시행했습니다. 당시 국가기록원에서는 ‘대통령실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을 기록으로 등록하지 않았는데, 이번 조사과정에서 사본을 확보함으로써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35쪽 분량의 ‘대통령실기록물 무단반출 관련 증거물’ 중에는 ’08.4.21. 작성된 ‘e지원 시스템 보안사고 자체 조사결과’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 취임으로부터 약 1개월이 경과한 08.3.27.에는 이미 시스템구축 참여 업체 직원을 면담하고 청와대 내부 전산망 사용내역을 조사하는 등 본격 조사에 착수했고, 이미 4월에는 ‘무단 반출 보안사고’로 성격을 규정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3.11.15.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을 삭제하고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았다며 조명균(현 통일부 장관), 백종천 2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고등법원까지 무죄판결이 났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국가기록원의 역할을 살펴본 결과, 재판 과정에서 국가기록원의 과장과 기록연구사가 각각 증인으로 출석하여 기록관리 전문기관 전문가로서 증언했는데, 그 내용이 당시 기록학계의 주장을 묵살하고 검찰의 논리를 수용하는 것이었으며, 전문적이지 못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증인들은 ‘회의록 원본 삭제(무단파기)’라고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으나, 재판부는 ‘결재 전 초안본 삭제’라고 판단하고 무죄판결했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국가기록원 전문가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이는 국가기록원이 전문성과 독립성에 기반하여 기록관리학적 해석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 결과 전문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2016년에 개최된 ICA 서울총회가 정치화되었다는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TF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가기록원에 기록관리 전문가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의혹의 일단을 확인했습니다. TF는 국가기록원장이 ‘문제 위원 8개 위원회 20명’을 단계적으로 교체 추진하겠다는 ’15년 3월 26일자 장관 보고 문서와 한국 전문가가 국제기구인 EASTICA**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저지했다는 ’15년 10월 22일자 보고 문서를 확보했습니다. TF 권한의 한계로 인하여 ‘문제 위원 8개 위원회 20명’ 명단의 실재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이는 국가기록원에서 특정 인사를 차별•배제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2008년 개관 때부터 대통령기록관은 신영복 교수가 쓴 글씨로 현판을 제작하여 사용해왔는데, ’13.10. 한 민간단체가 이를 문제삼는 민원을 제기했고, 최종적으로 ’14.12. 현판이 교체된 사실이 있습니다.

TF에서 그 과정을 조사한 결과, 1개 민간단체의 민원 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이 이를 안건으로 상정한 점,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에서 2차에 걸친 논의 과정 중에 일부 위원이 신영복 교수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현판 교체를 주장했다는 점 등에서 동 위원회가 중립성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국가기록원은 행정안전부와 협력하여 △ 제16대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 △ 10•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생산•관리•공개 △ 제18대 대통령기록물 지정 및 이관 등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기록사건 진실위원회’ 구성 또는 ‘기록사건 기록화 사업’ 추진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진상규명을 완료할 것을 권고합니다.

국가기록원은 ’15년 기록관리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당시 국가기록원장을 수사 의뢰할 것을 권고합니다. TF의 이번 조사를 통하여 당시 국가기록원장이 특정 인사들의 차별과 배제에 관해 보고했다는 증거를 확보했으며, 유사 사례 또한 확보했습니다.

이는 불법행위임이 명백합니다. TF 권한의 한계로 인하여 진실에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한 것을 수사를 통하여 규명하는 일이 불가피합니다. 수사과정에서는 이와 관련한 상급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엄중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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