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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슈

[유창선 칼럼] 황교안이 ‘자랑스러운’ 인물이었나

부끄러움을 자랑스러움으로 둔갑시킨 성균관대 총동창회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던 2010년, 연세대 총동문회가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에게 '2010 자랑스러운 연세인' 상을 수여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군복을 입고 서울 도심에서 ‘가스총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훼손하는 행동을 했던 사람에게 ‘자랑스러운’ 상을 주는 결정에 동문들은 크게 반발하며 취소를 요구했다. 나 또한 그 학교를 다녔던 동문으로서,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라는 말이 동전의 앞 뒷면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들의 자랑스러움이 나에게는 부끄러움이었다.

그런데 시간도 제법 흐르고 정권교체가 되어 세상도 달라졌다고 얘기되는 2018년 벽두에 비슷한, 아니 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성균관대 총동창회가 황교안 전 총리를 ‘2018년 자랑스러운 성균인상’의 수상자로 결정한 것이었다.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며 부끄러워 하던 동문들은 수상식장에 피켓을 들고 모여 “국정농단 공범 황교안”에게 그같은 상을 주는데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어째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일까.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일이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정권의 2인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특별한 상을 줘야 할 정도로 자랑스러워 하는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부끄러움을 자랑스러움으로 둔갑시키는 몰상식의 광경을 지켜보면서 정말 자랑스러웠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 내내 촛불을 들어 폭압적인 정권을 물러나게 만들었던 그 많은 시민들, 9년의 세월동안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불의를 고발했던 사람들, 언제나 어렵고 힘들지만 가족과 이웃의 손을 잡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나에게는 이들 모두가 ‘자랑스러운 인물’들이다. 황교안을 자랑스럽다고 했던 그 대학 동창회의 눈에는 어찌 이들은 보이지 않고 고관대작들만 보이는 것일까. 그 대학 동문들 가운데서도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차고 넘칠 텐데 말이다.

꼭 그 학교만의 얘기가 아니라, 대학 총동문회들은 오직 출세한 사람들을 위한 조직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집으로 보내오는 동문회보, 화려한 수상식에는 언제나 장관, 국회의원, 대기업 경영인, 언론사 간부 같이 잘 나가는 사람들의 이름만 오르내린다. 언제나 ‘자랑스러움’의 기준은 출세이고 지위이며 재력이다.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인간다운 가치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황교안 같은 사람에게 그런 상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모두 명예욕에 눈이 먼 것으로 비쳐진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명예욕이란 모든 정서를 키우며 강화하는 욕망이므로, 이 정서는 거의 정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인간이 어떤 욕망에 묶여 있는 동안에는 필연적으로 명예욕에 동시에 묶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명예욕은 뿌리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면서 스피노자는 키케로의 말을 인용한다. “가장 고상한 사람들도 명예욕에 지배당한다. 특히 철학자들까지도 명예를 경멸해야 한다는 데 대해 쓴 책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는다.”

그리 생각하면 자랑스러운 인물로 기록되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다. 그렇다고 그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여 부끄러움을 자랑스러움으로 둔갑시키는 염치없는 짓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신들의 명예욕 때문에 국민들이 상처받고 모욕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황교안더러 자랑스럽다며 상을 준 그 대학 동문회는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상을 취소해야 마땅하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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