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div>
▲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송경남 기자] 다사다난한 2017년 건설업계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주택사업으로 먹고 산 해’로 정리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주택시장의 호조로 건설사들은 올해도 대부분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잇따른 정부 규제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 집값이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내년에 금리인상과 입주물량 급증 등 악재가 대기하고 있어 이 같은 호황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나왔다.

재개발·재건축 수주과정에서는 건설업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건설사들은 수천 만 원에 달하는 무상이사비와 금품·향응을 제공,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비난이 커지자 건설업계는 자정결의를 하고 공명정대한 수주전을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의 이미지는 실추됐다.

해외건설은 올해도 부진했다.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건설업계는 올해 조금 나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올해 1월부터 12월 18일까지 271억 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늘었다.

건설사, 대형·중견 가릴 것 없이 호실적 거둬
올해 건설사들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주택부문 호조세에 힘입어 대형·중견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좋은 실적을 거뒀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물산은 6분기 연속 흑자를 냈고, 현대건설은 3분기 만에 수주잔고 10조원을 돌파했다. 대형건설사들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대부분 전년보다 늘었다.지난해 말 대규모 손실을 선반영한 대우건설도 580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선전했다. 대림산업은 건설부문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어난 252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GS건설은 2014년 2분기부터 1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453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역대 최대 실적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중견건설사들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한라는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난 114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한신공영과 KCC건설도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6%와 109% 늘었다.  계룡건설은 지난해보다 80% 늘어난 669억 원, 두산건설은 31% 늘어난 42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공공공사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사들과 지역 사업에 집중하는 중소건설사들은 일감 부족으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2018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19조 원)이 2008년 이후 10년 만에 20조 원 아래로 떨어져 이들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17일 25개 주택건설업체 임직원들이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주택협회 제공></div>
▲ 지난 10월 17일 25개 주택건설업체 임직원들이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주택협회 제공>

잡음 많았던 재개발·재건축 시장…중견사 약진
올해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는 시끄러운 일들이 많았다. 지난 9월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사업(2조6000억 원)이었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 과정에서는 ‘무상이사비 7000만 원 지원’이 논란이 됐다. 또 서초구 한신4지구와 송파구 잠실미성·크로바 수주과정에서는 무상이사비뿐 아니라 금품·향응제공 등 불법 행위도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즉시 현장점검을 실시했고 경찰은 고발이 접수된 건설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했다. 이 같은 수주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국회에서는 건설사의 무상이사비 지원을 금지하고 금품·향응을 제공한 건설사의 입찰을 2년간 제한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 실적은 12월 5일 기준으로 현대건설이 4조6507억 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대우건설이 2조8744억 원으로 2위, GS건설이 2조8545억 원으로 3위, 롯데건설이 1조8484억 원으로 4위, 현대산업개발이 1조6497억 원으로 5위다. 연말까지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사업지가 있어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올해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 중견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견사들은 브랜드 파워가 약해 서울 강남권에서는 대형사에 밀렸지만 경기·인천 등 수도권이나 지방 광역시에서는 수주에 잇따라 성공했다. 동부건설은 부산과 인천 등에서 7792억 원 규모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수주했고 중흥건설도 5곳에서 1조991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이밖에 우미건설이 6640억 원, 한양이 6000억 원, 호반건설이 34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각각 따냈다.

해외건설 수주액 300억 달러 어려워
해외건설은 올해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8일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27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44억 달러)보다 11% 늘었다.
지역별로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수주액은 늘었고 중남미, 태평양·북미, 유럽은 줄었다. 특히 올해 해외 수주 건 가운데 대형 사업으로 분류하는 1억 달러 이상의 공사는 GS건설이 따낸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복구 프로젝트 한 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공사는 대부분 1000만 달러 안팎이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0년(716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저유가 영향이 가장 크다. 유가가 떨어지자 중동 산유국들이 발주를 줄였다. 일반적으로 중동 국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최소 60달러는 넘어야 정유시설을 증설한다. 하지만 올해 국제 유가는 지난해보다 오르긴 했지만 50달러 선에 머물러 있던 시기가 많았다. 우리나라 해외건설은 중동과 플랜트공종에 편중돼 있다. 중동에서의 발주가 줄면 수주액도 줄어드는 구조다. 오래전부터 수주 국가 및 공종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별 수주 전략도 해외건설 수주액 감소의 원인이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대부분 저가수주의 늪에 빠져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경험한 바 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따지다 보니 수주액이 크게 늘지 못했다. 최근 2∼3년 국내 주택시장이 잘 나간 것도 건설사들의 해외진출이 해외 진출을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에 큰 모험을 걸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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