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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식 논설주간 칼럼]이미지 보다는 내용이, 속도보다는 방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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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개혁의 실체와 내용으로 다가가야 

    지난 5월 9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다수 국민들은 변화된 청와대의 분위기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의 모습에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화려한 수사 없이 간결하지만 진심이 담긴 연설들은 듣는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형식적인 의례에 그치기 쉬운 행사들은 대통령이 아니라 당사자와 국민을 주인으로 받드는 장으로 변모되었으며, 의전과 경호 또한 파격이라 할 정도로 국민과의 거리를 좁혔다. 달라진 청와대의 일상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고, 소통에 목말라하던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조각을 위한 인사에서 여러 후보들이 대통령이 언급했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실망감을 안겼고, 정부조직법과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과정에서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국정이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한미정상회담과 G20 다자외교 무대에서 촛불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인기를 체감했고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되찾는 망외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부족하다는 대통령의 고백처럼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지닌 한계도 절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부조직법과 추경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이제 조각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울러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에서 2달여에 걸쳐 밤낮없이 노력한 결과 100대 국정과제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조직도 갖춰지지 않았고 예산도 뒷받침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하면서 국회입법의 뒷받침 없이 대통령이 직접 할 수 있는 일만 우선 처리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새 정부가 가동되어 국정에 임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여전하고 구체적인 내 삶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희망도 높다. 지금부터는 이미지가 아닌 실체적인 내용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청산할 것은 청산하고 개혁해야 할 것은 분명히 개혁하되 국민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부터 우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속도도 필요하지만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100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600여개 입법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국회에서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도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아울러 소요예산이 178조원이라 하지만 그 이상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인데 재원에 대한 구체적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향후 5년간 정부가 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하고 이를 국민 앞에 제시한 것 자체는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동시에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지혜도 요구된다 할 것이다. 이제 착수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야당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입법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 큰 책임은 정부여당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임기 초반에 중요한 개혁과제들을 강력하게 밀어부쳐야 된다는 주장들이 있고 일면 타당한 지적이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다고 해서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야당을 어떻게 국정개혁의 파트너로 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개혁의 승패가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가 공약한 사항 중 공통되는 부분들부터 먼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아울러 모든 사안을 정부여당이 먼저 나서서 처리하려 할 것이 아니라 야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정부여당이 돕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의회에서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반대부터 먼저 생각하는 세력을 제외한 세력들이 생산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의회를 운영하는 묘를 살리는 것이 여당의 책무이고 문재인 정부 개혁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길이라 믿는다. 

    국정 100대 과제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증세를 둘러싼 논의들은 문재인 정부의 방향과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사회의 근본적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양극화해소와 복지 확충에는 재원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종부세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서 증세문제를 외면하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당장 무슨 세금을 얼마나 올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처럼 복지국가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금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아젠다화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와 방향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넓혀져야 하고, 그 목표로 가기 위한 속도와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고 그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힌 다음 속도를 조절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식 기자 lms9507@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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