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당 대표 출마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다. 안 전 대표가 뒤로 물러서 있을 것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국민의당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8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들은 서명운동, 침묵시위 등 여러 방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드러내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숫적으로는 소수이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제법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안 전 대표는 제보 조작 사건에 관한 지난 12일 대국민사과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원점에서 저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점에서 정치인생을 돌아봤기에는 아직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제보 조작을 몰랐다고는 하지만, 그 정치적, 도의적 책임의 무게를 생각하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그 사건을 갖고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일부의 주장도 지나치다.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아예 정치를 그만 두어야 한다는 식이면 정치를 계속할 정치인이 몇이나 있겠는가. 자신이 스스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성찰의 시간을 보낼 일이다. 지지자들이 그를 불러낼 상황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안철수가 아니면 당에 앞길이 없다는 주장은 공당에서 나올 얘기가 아니다. 특정인의 부침에 따라 그 당의 운명이 좌우된다면 그것이 무슨 공당이겠는가. 안철수가 있어야 당이 산다는 말을 할 것이 아니라, 안철수가 없어도 당이 사는 모습을 보여야 공당으로서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국민의당은 이 기회에 안철수라는 인물에 의해 유지되는 당이 아닌,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공당으로서의 모습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안철수가 당권을 갖고 있지 못하면 당에서 아예 밀려날지 모른다, 민주당과 합당하게 될지 모른다, 일부 지지자들에게는 별의 별 걱정이 많은 듯하다. 안철수 죽이기에 대한 우려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들조차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당내에서의 견제와 경쟁조차 통 크게 받아들이며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 다음 단계의 얘기는 성립하기조차 어렵다. 피투성이가 되며 단련될 생각을 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안철수의 정치적 재기를 생각하더라도 당 대표 출마는 백해무익이다. 당장 불안을 참지 못한채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갇힌 조급한 정치인으로 비칠 것이다. 정치인은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 과정에서 드러났던 자신의 부족한 부분들을 변화시키지 못한채 그대로 재등장했을 때, 국민들은 달라진 것 없는 그의 모습에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부족했던 내공을 채우기에는 아직 시간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원점에서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 빈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설혹 그가 당 대표를 맡는다 해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선전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하락할 것이라 경쟁의 환경은 다소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내년 지방선거는 이변이 없는한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그 때 선거에서 패하게 되는 경우 안철수는 다시 물러나야 할 것이고, 그의 정치생명은 거기서 끝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안 전 대표가 당 대표 출마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정치라는 것이 앞날을 알 수 없는 생물과도 같은 것이기에, 장차 그의 정치적 재기의 성패에 대한 전망은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당분간은 안철수의 시간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흐름을 거스를 일은 아니다. 국민이 지금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가를 헤아리는 고뇌의 과정이 있어야 이후에 대한 답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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