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낡은 보수 10%로 집권 못 해…바른정당이 보수 본류 돼야 ‘휴면 보수’ 나와”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사진=폴리뉴스 DB></div>
▲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사진=폴리뉴스 DB>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19대 대선이 끝난 후 대한민국 보수 정당들의 ‘적통 경쟁’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면서부터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대표 당선 다음날인 지난 4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예방했지만 타 야당들에는 일체 방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언론들은 일제히 홍 대표가 ‘양당구도 전략’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홍 대표가 일찍이 자신의 입으로 밝힌 사실이기도 하다. 홍 대표는 대선 후보시절부터 줄곧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을 각각 한국당과 민주당의 ‘2중대’ 취급을 하며 “결국 흡수 통합 될 당”으로 평가절하 해 왔다.

이혜훈(3선‧서울 서초구갑) 바른정당 대표는 발끈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정국진단’ 인터뷰를 갖고 “놀고 싶은 사람들만 어울려서 정치가 되겠느냐”며 ‘반쪽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19일 청와대에서의 여야 대표 회동에도 과거의 일을 언급하며 불참한 뒤 수해봉사에 나선 홍 대표를 향해 “수해가 발생한 날에는 안 가고 굳이 대통령이 오라는 한 두 시간에만 수해 봉사를 해야 하느냐”면서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은 묻고 대한민국을 위해 앞으로 나갈 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류석춘 연세대학교 교수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며 개혁에 돌입한 한국당의 혁신 작업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여전히 친박계가 당을 좌지우지 할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한국당 107명 의원 가운데 7,80명은 초‧재선인데,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권을 가지고 공천한 분들로 지배와 복종에 순응해있다”면서 “순응적인 초‧재선들을 쥐고 있는 다선의 친박 주류들이 당의 주인이다. 홍 대표의 혁신은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류가 되는 것이 보수 전체가 살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보수 정당들의 지지율 침체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로 보수라는 말을 할 수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 진단하고, “낡은 보수 10%로는 5년 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서 “당당하고 깨끗하고 새로운 보수가 보수 경쟁에서 이겨야 휴면 보수들이 나오고 지지율 50%를 목표로 할 수 있다”며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다음은 이혜훈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 대표 선출 뒤 바른정당에 예방도 하지 않았다. 양당구도 전략으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에만 예방했다. 본인이 그렇게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라는 것은 국민을 통합하고, 100%의 대한민국을 품고 가는 것이다. 놀고 싶은 사람들만 어울려서 정치가 되겠나. 반쪽짜리 정치다.

▲ 홍 대표는 청와대에서의 여야 대표 회동에도 지난 한‧미 FTA를 언급하며 불참 뜻을 밝히고 수해봉사에 나가겠다고 했다.

- 수해가 발생한 날에는 안 가고 굳이 대통령이 오라는 한 두 시간에만 수해 봉사를 해야 하나? 수해봉사를 수없이 할 수 있는 날들이 많았는데도 안 했다. 앞으로도 수해는 금방 복구되지 않는다. 일손이 상당히 필요하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오라고 한 그 시간에만 할 일은 아니다.

▲ 홍 대표에게 토라져 있을 때가 아니라고 하기도 했는데.

- 별다른 반응은 없더라.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하자는 이유는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외교에 대한 결과를 설명하고, 앞으로 한‧미 FTA 재협상 등 국익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논의해야 될 일 때문이 아니겠나. 서로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청와대 회동을 하자는 건데, ‘6년 전에 내가 했던 일에 반대하지 않았느냐’라면서 안 간다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지금은 바로 어제 화가 났던 일이 있었더라도 툭 털어내야 하고,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은 묻고 대한민국을 위해 앞으로 나갈 때이다.

▲ 홍 대표는 2006년 혁신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만약 홍 대표가 정말 한국당과 보수의 개혁과 혁신을 이끌어낸다면 바른정당과의 관계에 대한 상황은 달라지지 않겠나.

- 혁신을 해서 정말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치고 싶다면 우리 당으로 오시면 된다. 그러나 홍 대표 한 분이 극복할 수 없는, 한 분의 힘으로 깰 수 없는 강고한 구조와 문화가 한국당에 있다. 어렵다.

▲ 어떻게 하더라도 이전의 전통을 이어온 한국당으로서는 보수의 미래가 없다는 건가.

- 현재 한국당 107명 의원 가운데 7,80명은 초선 아니면 재선이다. 이 분들은 2012년과 2016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에 계실 때 100%의 전권을 갖고 공천한 분들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인사 기준 원칙, ‘내 말 잘 듣고, 토 안 달 사람’ 아닌가. 따라서 이 분들은 소위 1인 지배와 복종에 굉장히 순응해있다. 이 분들이 당의 개혁에 목소리 내는 것을 본 적 있나? 당의 정풍운동 하는 것을 본 적 있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도 목소리 한 번 내는 것을 봤나? 기자회견 한 번 없는 당이다. 그런 당이 무슨 자정이며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불가능하다. 7,80명에 해당하는 순응적인 초‧재선들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다선의 친박 주류들이다. 그들이 당의 주인이다. 그 분들이 당을 쥐고 있는데 홍준표 대표라는 한 분의 힘으로는 혁신이 힘들 것이다.

▲ 현재 두 당의 지지율 합계를 보면 15%, 많으면 20% 정도다. 보수 성향의 국민들이 지지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는데, 왜 그렇다고 보며 해결 방도는 무엇인가.

- 휴면 보수라고 생각한다. 보수의 성향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활동하지 않고 일종의 휴화 상태에 들어간 분들이다. 현재 보수의 토양은 박 전 대통령의 실패로 초토화 된 상태다. 부끄러운 보수를 넘어서 보수라는 말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 돼 버렸다. 새로운 보수, 당당하고 깨끗한 보수들이 나와서 힘이 생기면 그때는 보수라고 커밍아웃하고 나오실 분들이다. 보수에도 두 세력이 있다. 한 세력은 부끄러워서 도저히 지지하지 못하는 것이고, 나머지 한 세력은 아직 힘이 미약하다고 본다. 보수는 진보와는 다른 성향이 있다. 될 사람을 찍어주고 밀어주는 것이다. 될 사람을 용기 있게 결단해서 밀어주고, 어려운 길을 같이 가는 분들 보면 약간 안주하는 스타일이다. 워낙 기득권도 많이 갖고 있는 분들이기도 하다. 고난을 무릎 쓰고. 돌을 맞으면서도 옳은 길이기 때문에 간다는 분들이 적다. 누가 이길 건지 관망하는 분들이 많다. 누가 더 세력이 강해지는지 어느 정도 판정이 나면 그때는 보수라고 커밍아웃하실 분들 같은데, 부끄러운 보수가 이기면 여전히 숨어서 나오지 않으실 것 같다. 당당하고 깨끗한 보수가 이기게 되면 나오실 것이다.

▲ 바른정당이 두 자리 수의 지지율을 받아야만 보수가 살 수 있다?

- 그렇다. 소위 낡은 보수가 보수의 본류가 돼 버리면 나머지 90%의 국민은 보수에게 절대 마음을 열지 않는다. 5년 후 대선을 치를 때, 90%가 등 돌린 10%로 어떻게 집권을 하며 승리할 수 있겠나. 휴면 보수들도 그런 보수로는 자신이 보수라고 얘기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당당하고 깨끗하고 새로운 보수가 보수 경쟁에서 이겨야 휴면 보수들이 ‘내가 보수’라고 나와서 힘도 실어준다. 그러면 결국 지지율 50%를 목표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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