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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슈

[김근식 칼럼] 대화와 제재 병행론의 함정: 의지와 현실의 차이

                                             

문재인 대통령의 4강 외교가 일단락되었다. 외교안보 구상이 윤곽을 드러냈지만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은 차지했지만 김정은의 ICBM 발사로 문대통령의 운전은 시동조차 걸기 힘들게 되었다. 신베를린 선언으로 남북대화 의지를 표명했지만 한미일 정상회담의 대북 최대압박이라는 공동성명으로 북한의 호응은 기대 난망이 되었다. 한중, 한일, 한러 정상회담은 현안 해결 없이 사진찍기용 만남의 성격이 강했고, 오히려 북핵문제에 관한 한미일과 북중러의 갈등과 이견이 눈에 띄는 분위기였다. 결국 출범 초기 마무리된 문재인 정부의 정상외교는 가시적 성과보다 간단치 않은 숙제만 떠안은 형국이다.


베를린 선언 후속조치로 대북 대화를 공식제의했지만 여전히 북은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은 대화제의가 시기상조라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와 제재 병행론이 성공할지는 불확실의 영역에 놓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북핵 입장은 대화와 재재의 병행노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도 최대의 압박과 함께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에게도 대화와 제재의 병행 입장을 강조하면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병행론이 과연 가능할까?


문 대통령의 병행론은 사실상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계승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말기 북핵 2차 위기가 발발했을 당시의 입장이 바로 대화와 제재 병행론이었고, 이를 계승한 노무현 정부 역시 병행론을 견지하면서 남북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다른 상황이다. 당시는 대화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제재도 병행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제재국면의 상황에서 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변화된 현실에서 문 대통령의 병행론은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우선 기존 병행론은 남북 대화와 북핵 협상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장관급회담이 개최되고 각종 교류협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남북관계의 영향력과 지렛대를 확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20022차 북핵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병행론을 견지할 수 있었다. 서해에서 교전이 벌어져도 동해에는 금강산 유람선이 출항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병행론 역시 2차 북핵위기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이라는 북핵협상 기구가 작동하고 있었고, 최소한의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있었기에 병행론이 가능했고 결국 정상회담도 성사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남북관계는 단 하나의 채널도 없이 완전중단되어 있고 우리의 대북 주도권은 말뿐인 수사용 레토릭에 불과하다. 또한 6자회담을 비롯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그 어떤 협상틀도 중단되어 사실상 폐기된 지 오래다. 남북관계의 끈이 상실되고 핵협상의 틀이 폐기된 상황에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병행론은 비현실적이거나 공허할 수밖에 없다.


남북대화와 북핵대화가 존재한 상황에서 병행론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 대화의 틀을 유지한다는 의미이지만 남북대화와 북핵회담이 부존재한 상황에서 병행론은 제재를 지속하면서 대화의 의지만 강조할 뿐이다. 그것도 이미 핵불포기를 선언한 김정은에게 핵폐기를 위한 대화제의에 머무르는 한 지금 병행론은 대화성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또한 기존 병행론은 그나마 북한이 핵포기와 비핵화라는 최종목표에 동의한 상황에서 가능했던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까지 북한은 남북대화와 6자회담에 참여하면서 적어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에는 동의했었다. 북핵폐기를 목표로 협상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대화와 제재의 병행론이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 핵포기를 포기한 지 오래된 북한이다. 헌법과 법률과 당노선으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한 북한은 당연하게도 핵포기를 전제로 한 어떠한 대화와 협상에도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 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핵동결 입구론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론조차도 그것이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한 김정은은 결코 대화에 나설 생각이 없다. 변화된 현실에서 문대통령의 병행론은 말로는 가능하지만 실제에서는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의 병행론은 우리의 대북 영향력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북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서도 대화는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남북관계도 북핵협상도 망실된 상황에서 그것도 핵포기 의사가 전혀 없는 김정은에게 병행론은 대화를 성사시킬 수 있는 조건 자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비핵화를 전제한 대화 제의는 입구조차 들어가기 어렵고 결국 지금의 병행론은 제재 지속과 강화로만 귀결될 뿐이다. 현실이 다르면 다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병행론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시작조차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해법은 과거의 레코드판에 머물러 있어서 불안하다.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이슈] 민주, 전대 후보등록 D-2...‘이제는 이해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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