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마른하늘에 날벼락.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뜻밖에 입는 재난을 이르는 말이다.

여름의 문턱, 본격적인 ‘치맥’의 계절을 맞아 밀려드는 주문에 쉴 새 없이 바빴던 게 불과 몇 일전 일이건만 거짓말처럼 주문전화는 끊기고 간혹 걸려오는 전화는 욕설이 가득하다.

난데없이 터진 창업주의 성추행 사건은 퇴직금을 털어 제2의 인생을 꿈꿨던 이들에게 그야말로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성공의 날개를 달아 주겠다는 홈페이지 내 가맹점 상담코너의 문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대림산업 운전기사 폭행, 미스터피자 경비원 폭행까지 최근 몇 년간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던 ‘갑질’ 목록에 호식이 두 마리치킨의 최호식 회장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기업 회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을 성추행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갖는 비호감도는 그 어느 사건보다 높아 보인다.

최 회장 기사가 뜨는 순간 망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는 한 가맹점주의 망연자실한 하소연은 오너리스크의 공포를 여실히 보여준다. 

본인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고 전국에 1000여 개의 가맹점을 갖고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대표로써 최 회장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기업의 손실뿐 아니라 죄 없는 가맹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게 된 것이다.

정우현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 후 길거리로 나와 불매운동을 중단해달라며 대리 사과를 하던 미스터피자 점주들의 모습이 이번 사건과 겹친다.

사건 이후 기업이미지 하락과 함께 상당수의 가맹점 이탈을 겪은 미스터피자는 여전히 실적 부진에 빠진 상태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0개점이 문을 닫았고 올해 1분기는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호식이 두 마리치킨의 경우 미스터피자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전국에 치킨 매장이 4만 개나 영업 중인 만큼 대체 브랜드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주문 가능한 치킨 브랜드가 수두룩한데 굳이 성추행 사건으로 불매운동이 일고 있는 브랜드를 주문해야 할 이유는 없다.

프랜차이즈 치킨매장은 퇴직 후 생계형 창업으로 시작하는 이들이 많은 업종이다. 효율적으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빼 놓을 수는 없겠지만 이미 시장에 형성된 브랜드 인지도와 인기를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인지도와 인기는 반대로 한 순간에 이들의 발목을 잡아 주저 앉혀 버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호식이 두 마리치킨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성추행’이 따라 붙는다. 최호식 회장은 내주 경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성추행범의 실명을 간판으로 내건 전국 1000여 개의 호식이 두 마리치킨 점주들의 시름은 깊어만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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