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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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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 여신협회 62억 비리 겨우 '시정 명령'..."수사당국의 조치를 기다릴 수밖에"

    [폴리뉴스 조현수 기자]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의 모호한 기준 탓에 금융감독원이 비리의혹을 적발하고도 적절한 제재와 규제를 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62억 대 비리 사건에 휘말린 여신금융협회 이야기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013년 POS 단말기 보안 강화 사업과 관련된 비리가 적발돼 지난 5일 금감원의 '시정명령'에 해당하는 가벼운 제재를 받았다. 

    여신협회 직원은 사업수행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자 선정, 다른 사업자들보다 우량하다는 거짓 보고, 보안 상 심각한 문제가 발견돼 상용화가 어려운 상태임에도 제품에 대한 검수 및 납품 없이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했다.

    이번 비리사건으로 인해 카드사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 62억 3000만 원이 낭비됐다. 고객에게 더 나은 보안 시스템을 제공하고자 카드사들이 전달한 기금을 협회의 엉성한 운용으로 홀라당 날린 것이다.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리사건에 금감원은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라는 시정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상식적으로 수십억 원대 비리에 시정 명령만 내리고 마무리 된다는 사실이 일반인의 입장에선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최고의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이런 ‘솜방망이’ 제재를 내렸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대규모 기금 운영비리는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내려 일벌백계하는 것이 감독당국의 역할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그 실망감과 허탈감이 더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신들이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가 '시정 명령'이라고 해명했다. 현행 여전법상 금감원이 여신협회에 대해 직접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관련 법규가 명확하지 않아서 금감원 주체로 직접 처벌할 수 없다.

    실제로 여전법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으로 여신협회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관련 조항에 허점이 있었다.

    여전법 제6장은 여신전문금융업협회에 대한 사항들을 다룬다. 이 중 제66조(협회에 대한 감독 및 검사)를 보면 ‘협회에 관해서는 제53조 및 제53조의 2를 준용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제53조(감독)로 올라가보면 여신협회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다.

    여전법 제53조 4항에 의하면 금융위는 금감원의 건의에 따라 ▲주의·경고·문책 ▲시정 명령 ▲임원의 해임권고 또는 직무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조치 대상은 ‘별표’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돼있다. 그래서 별표를 살펴보니 57가지 항목으로 나뉜 처분 사유 중 협회에 대한 내용은 전무했다.

    이렇듯 금감원측은 어쩔수 없이 여신협회의 상위 기관인 금융위에게 시정 명령을 전달하는게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관련 자료를 검찰 등 수사당국에 전달해 민·형사상 조치를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신 협회 제재에 대한 사항이) 여전법 상 뒷받침되지 않아 관리감독에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은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이라며 “금융위와 협의해 관련 법규를 재정비하거나 (법 개정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지속적인 개선점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경우 선 지불한 잔금의 회수 관련 사항 등은 현재 수사당국에서 수사 중에 있다고 알고 있으며, 관련된 실무자나 책임자 징계 및 처분은 여신협회 내부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적발과 조사는 금감원 주도로 이뤄졌지만, 제재와 처벌은 검찰 또는 해당 기관(여신협회) 스스로 해야 하는 애매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 셈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이에 준법감시실 운영을 강화하거나 상근 감사(혹은 전문 감사인력)을 영입하는 등 각종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통제 강화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개선할 것이며, 자금 집행계획 수립단계부터 실제 집행까지 프로세스를 강화해 규정에 입각한 자금 집행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여신협회는 카드사들의 기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명백한 과실이 있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며 “재발 방지 및 손실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된 조치들은 비리가 밝혀진 이상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제재를 감독당국이 직접 하지 않고 여신협회가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하니, 마치 협회 스스로 내부 비리를 적발해 자정작용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확실히 금감원 주체로 과태료 또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거나, 혹은 직권 지정 감사인을 세우는 등 직접적 제재에 비해 ‘처벌을 받는다’는 느낌은 덜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례를 보면 감독과 규제는 명확한 기준 위에서 감독기관 주재로 직접 처벌할 수 있어야 그 권위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전법 개정을 통한 명확한 제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함을 당국과 업계 모두가 깊이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만 감독기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금융 사고의 발생 및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조현수 기자 moonstar3443@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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