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저비용 항공사의 조종사 인력난이 아버지와 아들의 동시 채용 정황과 함께 수면위로 떠올랐다.

경력이 높은 기장을 영입하기 위해 그 아들에게 취업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사실 업계에서 몇 년 전부터 왕왕 들려오던 이야기다.

실제 50대 후반의 대형 항공사 기장이 일자리를 찾는 신입 조종사 아들까지 함께 채용하는 조건으로 저비용 항공사로 이직했다는 사례는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특정 저비용 항공사에 유독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조종사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의 취합 자료에 따르면 국내 5개 저비용 항공사 중 부자 조종사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총 3개 항공사다. 가장 많은 항공사의 경우 총 20명의 조종사가 부자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는 이 같은 사례가 없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조종사 채용조건에 맞는 경력을 갖추었다면 동반 입사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해당 항공사 역시 공정한 절차에 따라 채용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이 전부라고 보기엔 전체 조종사 수 대비 부자로 이뤄진 조종사의 비중이 유독 특정 항공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물론 자격이 없는 이에게 비행기 조종석을 내주었을 리는 없겠으나 상대적으로 다른 이들에 비해 특혜가 주어졌을 수 있다는 의혹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몇 년 새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권 항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조종사 인력부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각 항공사들은 신규 비행기 도입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비행기를 조종할 베테랑 조종사는 제한적이니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시장의 논리다.

대형 항공사조차 중국 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의 스카우트 경쟁으로 조종사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만큼 저비용 항공사에서 겪고 있는 인력난은 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보잉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향후 20년간 약 24만8000명의 항공기 조종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나 중국의 항공 교통량은 20년간 4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이 앞으로 한 층 공격적으로 조종사 영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물론 조종사 인력 양성을 위해 국내에서도 10여 개의 대학이 조종사 양성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군에서 전역하는 조종사와 해외 비행학교 졸업자, 국내 민간비행 학교에서 배우는 인력까지 조종사들이 대거 배출되고는 있다.

하지만 항공기 운항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뒤에도 항공사의 신입 조종사 채용 기준에 맞추려면 기본적으로 총 비행시간 250~1000시간 이상을 갖춰야 한다.  

국내 대학에서 조종사 양성학과를 졸업할 경우 70~250시간의 비행시간을 갖게 된다. 항공사 입사 기준에 맞추려면 추가적인 비행시간 확보는 필수다. 통상적으로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비행시간을 충족하는 훈련을 하자면 1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조종사 부족 원인 가운데 하나는 비행훈련 비용의 급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항공산업에 발달에 맞춰 국내 항공업계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인력 관리를 이어가려면 자질이 있는 이들에게 지원을 확대해 양질의 조종사 양성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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