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터진 뒤 매일 매주가 빅 뉴스들로 채워지고 있지만, 27일은 여러 모로 분수령을 이루는 하루였다. 황교안 국무총리대통령권한대행이 특검 기한연장을 공식 거부했고,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통령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치러졌다. 이 시점에서 국회와 야당의 성적표를 한 번 따져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낙제점이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대통령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약 석 달간 국회는, 야당은 뭘 했는가. 만18세 투표권부여나, 재벌개혁의 시금석이랄 수 있는 ‘상법개정안’ 등 어느 것 하나 이뤄진 게 없다. 

탄핵안 가결 후 석 달간 국회는 뭘 했는가

지난해 4.26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된 이후에도 국회선진화법 등을 이유로 의석수 한계를 거론하며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해오다, 국정농단사태가 터진 뒤 촛불시민의 분노와 개혁에너지에 힘입어 234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대통령탄핵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검찰개혁이나 언론개혁법안은 굳이 차기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기다릴 아무런 이유가 없다. (국민들 절대 다수의 여망대로 헌재에서 대통령탄핵안이 인용된다는 전제 하에) 대선의 시기적 촉박성은 이해되지만 정당과 국회 전체가 오로지 대선에 매달려 적폐청산 준비작업 조차 밀쳐두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이해받을 수 없다. 

사실 터놓고 말하자면, 이번 대선에서 수구 보수진영이 집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선은 각 후보들 캠프에 맡기고 정당과 원내 지도부는 개혁입법과 악법폐지 등 국가대청소에 착수했어야 한다. 직무정지중인 곳은 청와대이지 국회가 아니었음에도 석 달간 변변하게 내놓을 만한 게 아무 것도 없다. 

야당 예뻐서가 아니라 적폐 청산하라고 지지하는 것

야당이 지금처럼 국민적 지지를 받은 유례가 없다. 그러나 그 지지의 본질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제발 이 지긋지긋하고 말도 안되는 작태를 뿌리 뽑으라”는 명령에 가까운 지지이다. 어느 특검보다도 큰 성과를 내며 분투해온 이번 박영수특검팀이 종료를 하루 앞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검이 좀 더 일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해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특검연장을 거부할 것 같은 조류나 낌새는 일찍부터 감지되어왔으므로, 정치권은 미리부터 서둘러 나서서 압박해야 했다. 

필자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야권 대선주자들, 특검연장 공동농성 시작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불과 몇 시간 만에 300여개의 ‘좋아요’와 지지 댓글이 달렸고, 공유 회수는 50여 회를 기록했다. 엊그제 25일의 제17차 촛불집회에는 탄핵안 가결이후 서울에서만 집회 참가인원이 다시 100만을 상회하는 등 전국적으로 촛불이 활활 타올랐다. 키워드는 단연 “특검연장”이었다. 고비 때마다 시민들은 촛불로 힘을 실어주는데, 정치권은 그 과실 따먹기에만 급급한 양상이 석 달 째 지속되고 있다. 몇몇 대선후보는 아예 “광장은 시민의 것”이라며 선긋기까지 하고 있다.  

국회 200석 이상이 ‘반 박근혜’ 공통분모로 수렴

늦은 감이 있지만, 야권 대선주자들은 지금이라도 선거 관련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특검연장을 위한 ‘마지막 수단’에 나서야 한다. 어디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공약 한 마디 발표하는 것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촛불정신에 충실히 복무하는 것이다. 지금이 촛불시민들께 빚 갚을 마지막 기회다. 촛불 과실 따먹는 것, 염치없지 않은가. 정치권이 언제 한번 시민들보다 먼저 무슨 일이건 시작한 적이 있었는가. 시민들은 묻고 있다. “석 달 촛불을 보고도 왜 근본적 변화가 없느냐”고. 

야권 진영에서 차기 정권교체에 성공하더라도 의석 분포 상 국가대청소 작업은 대단히 복잡하고 힘겨운 작업이 될 것이다. 이 점 역시 오래전부터 예견되었던 바이다. 그럴수록 촛불정신에 입각해서 전체 야권진영의 역량을 강화하고, 개혁기반을 확보해야 국가대청소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탄핵안 찬성표가 234표였고, 구 새누리당 친박계인 자유한국당 95석을 제외하면 200석 이상이 ‘반 박근혜’라는 공통분모로 수렴된다. 이 의석 분포에 지금과 같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으면서도 뭐가 또 부족한가. 

“집권하면 개혁할테니 지지해 달라”고? 

각 당과 대선 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집권하면 개혁할테니 지지해 달라”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개혁작업도 손 놓고 있으면서, 특검기한 연장 하나, 만18세 투표권부여 하나 이루지도 못하면서 “믿어달라”는 말이 나오는가. 정권교체는 적폐청산과 국가개혁의 대장정 과정에서 이뤄지는 하나의 모멘텀이다. 적폐청산이 먼저다. 

누가 집권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를 어떻게 청소하느냐가 핵심이다. 언제까지 시민들에 기대서 무임승차하려는가.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의 핵심구호를 필자는 다음 두 가지로 꼽는다. “이게 나라냐”와 “국민의 명령이다”. 지금 국민들은 명령하고 있다. “특검기한 연장하고 악법개-폐에 당장 나서라”고. 주인 말 알아듣지 못하는 머슴, 말 알아듣고도 슬렁슬렁 딴전 피우는 머슴은 내쳐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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