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과 이서현 삼성물산패션부문 사장. <사진=연합뉴스 편집>
▲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과 이서현 삼성물산패션부문 사장. <사진=연합뉴스 편집>
[폴리뉴스 서예온 기자] 국내 패션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패션 기업이 각기 다른 경영 전략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계속된 소비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브랜드 재정비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거나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 패션사업부는 2015년 매출 4조41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2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4% 감소했다. 지난해(1~3분기)에도 이랜드월드의 패션 사업 영업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2015년 매출 1조7383억 원과 8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14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내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 패션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경기불황 여파로 패션 시장 업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이랜드는 그룹 주력 사업인 패션에서 ‘유통’으로 눈을 돌려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에서 패션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한 만큼 유통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랜드는 지난해 팍슨 뉴코아몰을 2호점까지 선보인 데 이어 이달 중으로 3호점을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F(옛 엘지패션)도 외도를 하고 있다. 불황에 따른 소비침체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LF푸드를 자회사로 설립한 LF는 2015년 동아TV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화장품 브랜 드인 ‘그린랜드’와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인 ‘불리1803’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주류 유통 전문회사인 인덜지의 지분 50%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덜지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Bernini)’, 프리미엄 테킬라 ‘페트론(Patron)’, 세계적인 수제맥주 ‘브루독(Brew Dog)’ 등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주류 유통 전문회사다. 

LF는 이번 주류회사 인수에 대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LF는 지난해 매출이 낮은 ‘질바이질 스튜어트’와 ‘일꼬르소’의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는 등 패션 사업성과가 저조한 만큼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찾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물산 패션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해 7월 남성복 엠비오,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 등 실적이 저조한 브랜드를 접었다. 이어 조직을 개편하는 등 사업 효율화에 나섰다. 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삼성물산 패션이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와 구설수에 올랐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달 네덜란드 정장복 ‘수트 서플라이’ 국내 판권을 따냈다. 기존 고가 위주 제품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정장을 선보여 고객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수트서플라이는 주력 정장 가격이 50만~60만 원대로 정장계의 ‘이케아’로 불린다. 이탈리아 원단을 사용하지만 유통과정을 축소해 가격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 청담동에 수트서플라이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내세워 소비자 지갑열기에 나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유년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며 “패션 기업들은 지금처럼 해오던 것을 이어받아 내실 다지기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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