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참회한다면, 다시 정권 잡겠다는 집착 버려야


새누리당 비박계가 탈당을 결의했다. 현재 35명이 탈당에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구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여당세력의 분당이 진행되게 되었다. 아마도 두 개의 보수정당에서 두 명의 대선 후보가 출마하는 상황이 예상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결국 비박계 신당과 손잡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친박과 결별한 새로운 보수신당의 출현은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 일단은 바람직한 일이라 판단된다. 오직 박근혜 밖에는 안중에 없는 친박계가 당권을 쥐고 있는 한, 새누리당이 정상적인 보수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보수정당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친박 세력이 국민으로부터 고립되고 심판받는 일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비박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이제는 합리적인 보수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 극우적이고 수구적인 사고에 젖은 낡은 보수세력의 모습을 청산하고, 공존과 균형의 사고를 갖는 새로운 보수정치세력이 되어야 새누리당을 떠나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비박 신당은 대통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에, 엄연한 야당이 된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새누리당에서의 어두운 행적을 지우고, 박근혜 정부의 적폐들을 청산하는 일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보수, 진보를 떠나 상식에 어긋났던 수많은 일들을 바로잡는데 보수정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동안 새누리당에 몸담으면서 박근혜를 지키는데 가담했던 자신들의 죄에 용서를 구하는 길이 될 것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각 분야의 개혁입법 과제들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최대한 협력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의 야3당 의석에다가 비박 신당의 의석이 합해진다면 180석은 충분히 넘을 것으로 예상되니, 국회 선진화법의 벽을 넘는 입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또 하나 비박 신당 세력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차기 정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물론 비박은 그나마 친박 보다는 나은 세력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탄핵에 찬성하고 청문회에도 적극 나서는 등의 달라진 태도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정부를 만들고 박근혜 게이트를 방치한데 대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비박 신당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책임은 더욱 크다. 김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기간에 새누리당 대표를 지내면서 고비 때마다 물러서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오늘과 같은 국난을 초래한데 대한 책임이 따른다. 유 의원 또한 과거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과연 최순실을 몰랐을까라는 질문을 받는 당사자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내내 대통령으로부터 핍박당했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친박을 비난하면서 결별하는 비박계의 누구도 이같은 책임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비박계가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려 한다면, 우선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속죄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면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년의 대선에서는 정권을 욕심내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도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비박 신당의 향후 행보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미 개헌을 통한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얘기를 꺼낸 바 있고, 반기문 총장과의 연대 얘기도 나온다. 유승민 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 반기문 총장과 통합하여 그를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 등 여러 그림이 거론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대한 원죄를 갖고 있는 비박이 다시 권력을 잡겠다는 집착을 드러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자신들은 뒤로 물러서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정치도의상 온당할 것이다. 나라가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다면 이번에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고 다음 정권은 노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도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너무 무리한 주문일까.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비박계 또한 아직 참회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이들은 과연 친박과 무엇이 다른지, 앞으로 계속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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