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주자 등 야권 지도부 8인은 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요청하기로 합의했다. 왼쪽부터 김부겸, 문재인, 박원순, 심상정, 안철수, 안희정, 이재명, 천정배 <사진=연합뉴스>
▲ 차기 대선주자 등 야권 지도부 8인은 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요청하기로 합의했다. 왼쪽부터 김부겸, 문재인, 박원순, 심상정, 안철수, 안희정, 이재명, 천정배 <사진=연합뉴스>

지난 달 24일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서 대통령연설문 발견’ 보도 이후 정확히 4주, 28일 만에 제도권 야당들이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대통령이 정점에 선 헌법훼손과 국정농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인데다, 충격적 속보들이 그 날 이후 매 시간 단위로 터져 나오는 바람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과 사회 전체가 집단적 아노미현상에 빠졌다. 상식체계의 급격한 붕괴와 가치관 혼란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한 달이 지나갔다. 정치권은 오락가락했다. 관련 증거를 동영상으로 보고 녹음파일로 들으면서도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숨 쉴 새 없이 몰아쳤으니, 정치권이건 어디건 오락가락하고 갈팡질팡했던 것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오락가락할 여유도 없고, 오락가락이 이해받을 수도 없다. 지난 20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로 큰 그림은 밝혀졌다. 국정마비라는 이 초유의 비상시국을 수습할 자격은 권력의 원천인 국회 말고는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국회의 비생산성과 맹목적 당파성 때문에 미덥지 않다는 게 문제다. 충격적 보도 이후 한 달은 그렇게 보냈지만, 앞으로는 시간을 금쪽같이 아껴 써야 한다. 

우선 대통령의 직무를 한시 바삐 정지시키는 게 가장 급하고도 중요하다는 데 이론은 없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형사사건 피의자가 대통령권한을 계속 행사하는 것을 1분1초라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가와, 국가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공적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정통성이 훼손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주문한다. 총리 선임문제로 또 다시 시간 낭비하지 말라. 총리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거대한 명예혁명, 시민혁명의 국면에서 감히 전횡할 총리는 없을 것이다. 만일 민의를 거스르는 조짐이 보이면 즉각 그 손발을 묶으면 된다. 총리탄핵은 그 절차와 요건이 대통령탄핵에 비해 훨씬 간단하다. 대통령과 동조동근인 새누리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도 아니다. 새 정부 출범 때까지는 국회가 행정부 통할을 비롯한 제반 국정운영의 실질적 담임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책임있고 질서있게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새 총리 선임이 대통령 탄핵안 발의의 선결 요건은 결코 아니다. 새 총리를 누구로 하느냐, 그 안을 청와대가 받지 않으면 어쩌느냐 등의 문제로 각 당이 갈라지고 싸운다면 이제는 국회가 탄핵대상이 될 것이다. 새 총리를 누가 하느냐에 대해 청와대는 더 이상 왈가왈부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분명히 밝히지만, 그건 국회와 청와대의 협상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인식하고 임하기 바란다. 대통령을 합법적으로 직무정지시킨 뒤, 총리건 국무위원 선임이건 논의하면 된다. 

대통령 무자격자이자 형사피의자와 무엇을 논의하고 협상한다는 말인가. 이 대원칙이 깨진다면 국민적 분노는 국회를 향하게 될 것이다. 이 국면에서 향후 정치적 이해득실 따지느라 계산기 두드리는 그 누구라도, 그 어느 정파라도 도도한 시민의 바다, 촛불의 바다에 휩쓸려 사라질 것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비상시국이다. 시민이 지도부이자 시민이 대안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게 시민의 명령이자, 역사의 명령이다. 
 
아울러 국회의 ‘박근혜게이트’ 국정조사 문제로도 국회의 힘을 분산시키거나, 세월을 허송하면 안된다. 국정조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탄핵심판 돌입과 특검 출범이 백배는 중요하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현 비상시국의 효율적 수습을 위해 선택해야 한다면 대통령직무의 조속한 정지와 특검 신속 개시를 위해 국회 국정조사는 연기하거나 생략할 수도 있다는 정신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서있는 퇴진”이라는 구호처럼, 향후 국정 로드맵에 대해 질서있고 효율적인 집행이 필수적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제는 백화제방(百花齊放)식 논의에 힘과 시간을 분산시킬 때가 지났다. 형사피의자의 국정집행을 최대한 빨리, 합법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가장 급하다. 촛불을 매 주말이면 되풀이되는 ‘습관적 정례행사’로 여기지 말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분명히 하는 것, 그게 이번 사건의 ‘역사성’이다. 언제까지 시민의 무등에 얹혀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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