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국내 정치와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기업과 국민 모두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헤쳐 나갈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번 게이트에도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함께 ‘주인 없는 기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포스코, KT, KT&G 등이다. 다들 오너 없이 국민연금공단, 산업은행, 대한민국정부 등이 대주주인 기업들이다.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은 이미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많은 주식을 일반 기업과 개인이 소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와 정부조직이 대주주에 오른 만큼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바뀌면 낙하산 인사로 곤욕을 치러왔다. 국회 국정감사 기간 전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출석하지 않도록 대관팀들이 국회의원실을 기웃거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국정감사에 돌입하면 국회의사당 본관에 진을 치고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은 바뀌지 않고 있다. 민영화됐음에도 국정감사에 불려가야만 하는 이유는 정부가 아직도 이들을 공기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정농단’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씨의 입김이 민영화 기업에 작용했다는 각종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최 씨를 등에 업고 온갖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무성한 차은택 씨는 포스코의 광고대행 계열사인 포레코를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차 씨의 주변인들이 포레카를 인수한 기업의 대표를 찾아가 “지분의 80%를 넘겨라”고 압박했다는 정황이 밝혀졌지만 이에 앞서 포스코 수뇌부와 차 씨가 공모해 포레카를 차 씨에게 넘기고 광고물량을 밀어주기로 했다는 것이 또 다른 뇌관이다. 이와 관련해 권오준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차 씨가 일반인이었다면 포스코가 그렇게 치밀한 계획 아래 일을 진행했을까?

KT도 차 씨에게 광고를 몰아줬다. 국내 유명 광고대행사를 두고도 KT는 광고 24건 중 11건을 차 씨의 아프리카픽처스와 차 씨의 측근이 운영하는 더플레이그라운드에 맡겼다. 뿐만 아니라 황창규 KT 회장은 청와대를 통해 들어온 차 씨의 추천으로 이동수 IMC마케팅 부문 전무를 채용했다는 의혹에 사로잡혔다. 지난해부터 이동통신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입각설이 소문으로 돌았다. 자의든 타의든 이런 얘기가 돌았다는 것은 정부와 일정 부분 코드가 맞아야만 가능하다. 어쨌든 이번 최 씨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전문경영인인 황 회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KT가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담뱃값을 인상한 배경에는 최 씨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마저 떠돌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2500원 하는 담뱃값을 4500원으로 80%나 올렸다. 흡연자들의 저항이 컸지만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조치라며 그대로 진행했다. 세수 확대와 국민의 건강 증진을 내세웠지만 본질은 정부가 세수 확대를 위해 흡연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담뱃값을 인상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KT&G는 수혜를 봤다는 억측이 일었다. 하지만 KT&G는 줄어든 내수 시장 판매를 수출로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에 민영화기업들은 권력을 손에 쥔 이들에게 먹잇감이 되곤 했다. 좋은 성과를 내면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반대로 각종 게이트가 터지면 연루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해명은 오히려 또 다른 의혹을 낳았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민영화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권력층들의 이런 구태와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민영화된 기업들,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정부에 기대고 줄을 대기 바쁠 것이다.

민영화된 기업들도 정부의 압력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의 눈치를 보며 살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낙하산 인사로 인해 기업의 위상이 추락하고 구성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지’라는 방관적인 자세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게이트’만 터지면 연루 기업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오명을 이제는 스스로 떨쳐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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