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밀 유출, 공작정치 의혹부터 규명하는 것이 순서

결국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이 사직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공조 속에서 이루어진 반격이 일단은 조선일보에도 타격을 입힌 셈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수사의뢰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이어 조선일보의 송 전 주필과 이명진 기자도 수사를 받거나 받을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논란과 의혹의 주인공인 우병우 민정수석은 여전히 건재하다. 대신 그를 비판하거나 조사했던 사람들은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젖이 이런 광경이 벌어지는, 도대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김 의원이 폭로한대로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의 전세기를 타고 호화 외유를 다녔다면 그것은 물론 비판받을 일이다. 또 청와대가 폭로한대로 고재호 사장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했다면 그것도 잘못된 일이다. 만약 위법 행위가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책임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비리이다. 만약 송 전 주필의 비리를 폭로하는 과정에 공작정치가 자행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비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밝혀야 하는 것은 김 의원이 폭로한 그토록 상세한 내용이 어디서 입수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김 의원의 폭로 내용에는 송 전 주필의 동선, 일정, 항공편, 경비 등 수사권을 가진 기관이 아니면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 담겨있다. 만약 검찰의 수사기밀이 유출된 것이라면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기밀을 건네준 중대한 범법행위가 된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하지만, 특별수사팀의 수사상황은 상부로 보고가 된다. 그리고 그 보고라인에는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이 자리하고 있다. 이쯤되면 수사기밀의 유출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 터무니 없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이명진 기자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이의 통화 내용을 담은 SNS 내용이 유출되었다. 이 역시 언론인들에 대한 사찰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진태 의원과 MBC는 출처를 밝힐 수 없다며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그럴수록 의심은 짙어간다.

김진태 의원이 폭로를 하면 청와대가 곧바로 지원 사격에 나서는 광경도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는 송 전 주필의 로비 사실을 폭로하면서, 조선일보가 우병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던 배경까지도 규정해 버린다. 대우조선해양과 송 전 주필의 유착 의혹이 드러날 것 같으니까 우 수석을 사퇴시키려 했다는 얘기이다. "결국 조선일보의 우 수석 사퇴 요구 배경에 유착이나 비리를 덮으려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는 말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다. 고작 이런 수준의 말들이 우 수석 문제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인식이다. 우 수석의 사퇴 요구를 조선일보의 불순한 의도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김진태 의원과 청와대의 일사불란한 반격을 보면서 양 측 사이의 준비된 폭로를 의심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김 의원이 폭로한 내용은 고도의 정보력이라 수사기밀을 갖고 있는 국가 사정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의 것이다. 청와대, 특히 우병우 민정수석은 그 내용을 보고받는 위치에 있다. 이 의문부터 규명해야 할 일이다. 그가 누구이든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사를 길들이기 위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일을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기문란 행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일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 권력의 힘으로 누를 수 있다고 믿는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문제는 언론사 간부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국기를 뒤흔드는 공작정치의 작동 여부이다. 그 실상부터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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