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수립해도 멀리 내다보고 있지도 않아

업종별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실태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div>
▲ 업종별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실태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폴리뉴스 전수영 기자] 국내기업 10곳 중 8곳이 중장기 계획 수립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실제로 계획을 수립하는 곳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제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기업의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실태와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 중장기 계획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84.3%가 ‘중장기 경영계획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고 25일 밝혔다.

중장기 사업계획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로는 ‘경쟁심화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고조’(56.1%)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혁신적 신상품·신기업의 등장’(15.4%), ‘소비자의 인식 및 행태 변화’(12.3%), ‘국내외 경제 정책·제도의 급변동’(11.1%),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정학적 리스크’(5.1%)가 뒤를 이었다.

‘1년을 넘어서는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절반 정도인 54.7%만이 ‘수립한다’고 응답했다. ‘수립하지 않는다’는 45.3%였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대기업이 67.0%로 중소기업(48.5%)보다 많았다. 업종별로는 ‘고무·종이·플라스틱’(79.4%), ‘기계·정밀기기’(77.8%)가 사업계획을 세우는 기업비율이 높았고 ‘식음료’(35.3%), ‘제약·의료’(30%)는 낮았다.

최대 예측기간이 5년을 넘는 기업은 30.7%에 그치며,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들도 그리 멀리 내다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기간별로는 ‘4~5년’(47.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2~3년’은 21.5%인 반면 ‘6~7년’ 3.7%, ‘8~10년’ 23.3%, ‘10년 초과’라는 3.7%였다.

중장기 사업계획의 내용에 ‘추진목표와 기본방향’이 들어간다고 답한 기업이 49.5%였고, 이어 ‘사업조정계획 등 실천과제’(26.6%), ‘시나리오별 대응전략’(10.9%), ‘주요 변화동인과 파급영향 예측’(10.3%)을 꼽았다.

또한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조직, 인력 등에 대한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전체의 21.2% 기업만이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78.8%에 달했다.

대한상의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선도기업은 먼 미래를 보고 문샷씽킹(로켓을 달로 쏘아 올리겠다는 혁신적 사고) 같은 도전적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며 “우리기업도 현안에 대한 단기적 대응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환경변화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점유율 상승’, ‘시행착오 감소’, ‘위기 시 피해 축소’…중장기 계획수립 성과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기업 경영성과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 사업계획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새로운 아이디어 포착, 선제 투자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는 기업이 34.7%였고 ‘사업 우선순위 조정, 인력재배치 등으로 시행착오 감소’(30.4%), ‘위기 시 계획적 대응으로 피해규모 축소’(23.9%), ‘사전대비를 통한 심리적 안정 효과’(11.0%)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중장기 사업계획의 수립체계에 대해서는 ‘위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과 아래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보텀업(Bottom-up) 방식 둘 다 사용’한다는 기업이 66.3%였고,‘Top-down방식만’이라는 기업은 29.3%, ‘Bottom-up방식만’은 4.4%였다.

최대 애로요인은 ‘단기현안에 매몰돼 여유부족’…‘정책 연속성 제고’ 요청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에 대한 애로요인으로는 ‘단기현아에 매몰돼 여유부족’(81.9%)을 첫 손에 꼽았고 ‘빨라진 환경변화 속도’(6.0%), ‘잘못 예측할 경우 책임소재 부담’(5.2%), ‘자사 내부 인식부족’(4.3) 순서로 답했다.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우려되는 변수로는 ‘중국 경기둔화’(34.3%),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재편’(23.0%), ‘한·중 간 기술격차 축소’(18.0%), ‘TPP, 보호무역 등 통상환경 변화(11.0%), ’인구고령화‘(9.7%)를 꼽았다.

산업파급력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하는 미래기술에 대해 ‘신소재’(83%)를 첫 손에 꼽았고 이어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에너지’(18.3%), ‘인공지능’(16.7%), ‘바이오·헬스케어’(11.0%), ‘사물인터넷·클라우드’(9.3%), ‘로봇-무인기기’(9.0%), ‘가장·증강 현실’(5.0%) 등의 순으로 답했다.

기업이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디어 수용 및 적극적 사업추진’(57%), ‘창의적 인재고용’(29.3%),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내분위기 조성’(18.3%),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확립’(9.7%), ‘파격적인 성과보상’(7.0%)이라고 응답했다.

대한상의 자문을 맡고 있는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금은 산업사회를 넘어 기술혁신에 의한 이종산업 간 융·복합, 창조적 파괴가 이뤄지는 4차 사업혁명이 진행 중”이라며 “복잡해지고 이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상명하복식 업무지시, 순혈주의 등 폐쇄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존중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오픈마인드 사고를 가지고 다양한 계층과 교류하는 것이 미래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 정책과제로는 ‘정책의 연속성 제고’(30.3%), ‘중장기 비전제시’(22.3%), ‘미래변화 정보제고’(18.0%), ‘전문가육성 및 교육지언’(16.7%), ‘미래환경 변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8.3%)를 요청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지금처럼 변화가 심한 시기일수록 장기적인 밑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구성원들이 목표를 공유하고 흔들림 없이 대처해 나갈 수 있다”며 “중장기 사업계획이 유용하고 효력을 발휘하려면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기보다는 자신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사업내용을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가다듬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