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시간당 최저 임금이 올해보다 7.3%, 440원이 오른 6470원으로 어렵게 결정됐다. 지난해의 인상폭 8.1%(450원)보다 약간 낮은 것이다. 내년 최저 임금 시급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135만223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성)가 발표한 내용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차례나 전원회의를 연 끝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되는데 막판까지 협상을 벌이다 근로자위원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표결로 결정됐다. 그만큼 노사 양측의 주장이 팽팽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한국노총은 “1만 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대했는데, 내년 인상폭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아쉬워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계를 외면한 임금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다르다. 경총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한층 더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너무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정치권도 반응이 갈렸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현아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점차 높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 경제상황을 고려해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고통 분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적어도 두 자릿수 인상이 됐어야 2020년에 1만 원 시대를 열 수 있는데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7.3%의 인상률에 그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인상률이 근로자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내년 최저 임금에 가장 실망한 집단은 근로자들일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빠르면 2019년부터 늦어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 협상과정에서 정치인들이 한 일은 별로 없다. 선거를 앞두고 표가 아쉬울 때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해놓고는 후속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 임금이 1만 원에는 달하지 못하더라도 7000원 정도는 될 것으로 은근히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외국에 비해 최저 임금이 적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다 정치권이 1만 원을 제시해서 내년에는 가장 많이 오를 것으로 생각했었다.

최저 임금은 근로자와 경영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근로자는 어떻든 더 받으려 하고, 경영계는 덜 주려고 머리를 짜내기 때문이다. 많이 올리면 근로자는 좋지만 경영자가 어렵고, 적게 올리면 경영자는 좋지만 근로자가 어렵다. 결국 양쪽 모두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충돌이 심할 수밖에 없다.

경총은 이번 인상으로 최저 임금 근로자의 86.6%가 일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이 해마다 2조 5000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간당 440원이 오른 게 경영주에게는 2조5000억 원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뒤집어 말하면 근로자의 수입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최저 임금은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다. 정치권이 내건 시간당 1만 원이 되려면 3500원 정도가 더 올라야 하는데 이는 중소기업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직원 몇 명과 근근이 꾸려가는 작은 사업장의 경영주는 무척 힘들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시간당 1만 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209시간을 기준으로 월급여가 209만 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4인 가족이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최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최저 임금이 1만 원이 되려면 경제 여건도 좋아져야 하고, 근로자를 생각하는 경영자의 마음도 더 열려야 한다. 근로자들의 강력한 요구도 있어야 한다. 경제여건, 경영자의 마인드 변화, 근로자들의 노력이 시너지를 낸다면 최저 임금 1만 원 시대가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닌 우리나라의 얘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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