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지형 데이터 해외반출을 꺼리는데 포켓몬 고는 지형 데이터를 기본으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가상·증강현실(VR; Virtual Reality·AR; Augmented Reality)을 키우겠다면서 정부의 이 같은 규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6일(현지 시간) 니안틱에서 출시한 포켓몬 고는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게임은 AR이라고 해서 현실에 게임 그래픽을 씌워 몬스터를 잡고 레벨을 쌓는 구조다.
다만 사람의 눈으로 바로 볼 수는 없고 위치기반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현실지형에 게임 캐릭터 등이 같이 표현돼 보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은 출시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1000만 건을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게임이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가 어려울 전망이다. 그 이유는 이 게임이 구글맵을 기반으로 하는데 정부가 지형데이터 해외반출을 꺼리기 때문이다.(다만 제작사의 실수인지 속초 등 강원도 일부 지역은 우회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처럼 증강현실이 표현되려면 지형데이터가 필수다. 구글은 9년 전 구글맵을 구현하기 위해 국내 지형데이터를 요청했으나 국가정보원이 거부했고 최근에는 국토교통부에 다시 요구했다. 정부는 한국 내의 주요 보안시설 지형정보를 해외로 유출시킬 수는 없다는 게 이유다.
가상·증강현실을 키우겠다던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앞뒤가 안 맞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3월 가상현실에 2년간 5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래부는 2016년 기술영향평가 대상기술로 ‘가상·증강현실기술’을 선정한 바 있다.
이렇게 키운다면서 증강현실 성공 사례를 정작 국내서 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단순히 게이머로서 아쉽다는 불만은 아니다. 성공한 증강현실 게임을 서비스하고 배워야 이를 뛰어넘는 게임도 우리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만날 IT강국 외치면서 왜 항상 뒤쳐지는지, 그렇게 규제철폐를 외치면서 정작 없앨 것은 안 없애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