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의 여소야대' 박 대통령, 야당과 대화와 협력의 정치 펼쳐야

 경실련이 지난 14일 개최한 '20대 총선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이혜진 기자)
▲ 경실련이 지난 14일 개최한 '20대 총선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이혜진 기자)

[폴리뉴스 이혜진 기자] 지난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데 대해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14일 개최한 '20대 총선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김 대표는 "2004년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예상 의석수가 50석에 불과하게 예측됐지만, 박 대통령이 천막당사를 통해 121석을 얻게 해 그 때부터 '선거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을 얻고 이후 모든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며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왔을 만큼 위세를 떨쳐왔지만 이제 이번 선거를 통해 선거의 여왕으로서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번 선거는 공천 과정에서부터 선거의 여왕으로서 끝났던 것이나 다름없다"며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좋다면서 청와대에 의한 '막장 공천'을 밀어붙이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또 김 대표는 "며칠 전 중앙선관위에서 발표한 연령별 투표율(예상)에서 젊은층이 높게 나온 반면 60대가 꼴찌로 나와 '새누리는 이제 큰일났다'고 생각했다"며 "선거 막판에 청와대가 '북풍'으로 보수층을 결집시키려 했으나 결국 민심을 돌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멘붕'을 넘어 국정 운영에 있어 '식물정부' 될 가능성 크다"며 "이제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국회관계를 지시와 하달 등의 방식에서 대화와 협력 등 '협치'로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김능구 대표의 토론회 발언 전문이다.

 
"이번 총선 결과 보고 가장 '멘붕' 온 곳, 아마 청와대일 것"

사실 이번 선거는 '일여다야' 구도였기 때문에, 경합 지역에서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를 비교해보니 수도권에서만 30석 정도 뒤바뀌었다. 국민의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대부분 10-15%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들과 접전을 벌이던 더민주 후보들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새누리당의 30석이 더민주에 가고 더민주는 호남에서 참패했다. 그래서 최종 의석수가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으로 나왔다.

또 지난 2004년부터 '선거의 여왕'으로 군림해오던 박 대통령의 파워가 이번 선거로 끝났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확인됐다. 2004년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예상 의석수가 50석에 불과하게 예측됐지만, 박 대통령은 천막당사를 통해 121석을 얻게 해 그 때부터 '선거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을 얻고 이후 모든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왔다. 그런데 그 위세가 이번 선거를 통해 끝났다. 아마 이번 총선 결과를 보고 가장 '멘붕'이 온 곳은 아마 청와대일 것이다.

"이번 선거, 공천 과정서부터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어"

사실 이번 선거는 공천 과정에서부터 이미 끝나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또 인물과 이슈와 정책이 없는 조용한 선거였다. 여야가 서로 점잖게 치고받았다. 당 지도부가 총선 결과가 어찌 되도 좋다면서 공천을 밀어붙이지 않았나. 특히 윤상현 의원이 당을 망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막말을 돌이켜보면 이번 공천은 청와대에 의한 공천이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아바타에 불과했다. 이런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민낯으로 드러났다. 야권이 분열되자 새누리당은 이렇게 막장공천을 했다.

오늘자 신문에 '유권자는 위대했다'는 말이 나온 것과 관련, 며칠 전 중앙선관위에서 연령별 투표율(예상)을 짚은 결과를 보며 좀 의아했었다. 그동안 젊은층의 투표율은 늘 낮게 나왔는데, 최근 선관위의 조사에서는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게 나오고 60대가 꼴찌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 결과를 보며 새누리당은 이제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60대가 유권자의 23%나 차지하니까 여야 비율이 8:2로 나오는데 이번에는 7:3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개별적인 후보 지역 조사에서도 60대의 투표율이 떨어진 조사 결과들이 나와 다들 비상이 걸렸었다.

또 막판에 북풍으로 보수층을 결집하려고 했지만 결국 민심을 돌리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결국 박근혜 정부가 심판을 받았다. 두 번째는 '일여다야'다, 야권이 분당까지 했는데도 이번 총선 결과에서 더민주가 1당, 국민의당이 3당이 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또 더민주가 호남에서 참패하고 수도권에서 승리한 것도 어떻게 봐야 하나, 대선에서 어떻게 나타날까도 중요한 포인트다.

"문재인 전 대표의 교차투표 발언, 호남 민심에 중요하게 작용"

저는 예전에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에 첫 번째로 방문하려 할 때 꼭 가야 한다고 말했었다. 호남은 젊은층에서 더민주, 장‧노년층에서 국민의당에 대대한 지지율이 높다. 왜냐면 장‧노년층에서 친노에 당했다는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종인 대표도 호남에 가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우려했는데, 막상 내려가 보니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서 문 전 대표가 본인 입으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 은퇴 후 대선 불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두 번째 내려갔을 때 순천에서 문 대표가 한 말에 대해 저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후보는 더민주를 찍고 정당은 국민의당을 찍어달라고 교차투표에 대해 공식적으로, 노골적으로 말한 사람은 문 전 대표가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그 발언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만큼 더민주의 핵심 지지세력인 이들의 SNS 전파력은 실로 엄청나다. 그래서 문 전 대표의 그런 메시지가 지지층에 엄청난 전파력으로 전달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호남민심이 젊은 수도권 민심을 두드리고 상당히 전략적인 투표를 했다고 본다.

그래서 1차적으로는 30석 정도 새누리당에서 더민주로 바꾼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당이 과연 중도세력을 확장했다고 보느냐다. 새누리당의 옅은 지지층을 정당 투표나 후보 투표에서 기권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득표로 이끌어 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이택수 대표가 말했듯이) 전략적인 교차 투표도 있었겠지만 50%가 넘는 보수 세력 중 일부에서 국민의당으로의 이탈이 있었다고 본다. 국민의당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했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우리 예측이었던 6석이 맞았다. 심상정, 노회찬이라는 구세대의 대표가 진보대통합을 이뤄 갈 길을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

"문 전 대표, 호남 민심 재평가받아야"

앞으로를 전망하자면 그래도 새누리가 더민주와 의석수가 한 석밖에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무소속에서 데려오려고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현재 여소야대의 구도에서 여당과 야당의 의석 수 차이가 5-6석 정도가 아니고 130:170 정도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모든 힘은 여당의 의석수에서 나온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수에도 미달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당초 기대했던 180석을 달성해서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무소속 의원들을 데려와도 과반이 안 된다. 과거에 노태우 대통령 시절 88년 13대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됐다. 그 때 노태우 정부는 도저히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어 야당인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했다. 이제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의 '신3당' 야권연대가 이뤄지고 친야권의 무소속 의원까지 가세하면 국회 상임위원장과 국회의장까지 모두 야당이 차지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정치 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멘붕'을 넘어 국정 운영에 있어서 '식물정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벌써 식물정부가 되어버린다면 이는 여야나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다. 식물정부를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박 대통령이 이제 '여소야대'의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국회관계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시와 하달 등의 방식에서 야당 지도부와의 대화와 협력 등 '협치'를 해야 식물 정부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아마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국정운영을 구상하지 않을까 싶다.

야당의 경우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및 정계 은퇴 시사' 발언이 극복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문 전 대표는 본인이 약속했던 새누리당의 의석 과반수 확보 저지를 달성해 더민주를 원내 1당으로 올라서게 했다. 또 본인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비대위 체제를 만들지 않았나. 20대 국회에서는 원외로 백의종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문 전 대표가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을 더 고민해 국민, 특히 호남 민심의 평가를 다시 받아야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

"총선이 '회고적 투표'였다면 대선은 '전망적 투표'될 것"

또 더민주와 국민의당 둘 다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여기서 결선투표가 무방하니까 '당 대 당' 통합을 해야 한다는 통합론자와,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서 야권 전체에 170석을 가져왔으니 3당 체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 지지자들과 국민들이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대선에서 각 정치 세력도 중요하지만 대선주자들도 중요하다. 여당의 경우 대선주자는 이미 초토화되어있다. 그나마 유승민 의원이 복당해서 개혁적 보수의 상징으로 나올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예전에도 '개혁적 보수'의 노선으로 대선을 치러 왔다. 박 대통령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를 내걸지 않았나. 이외에도 반기문 등 새로운 대선주자가 나오지 않겠나. 반면 야당은 포화 상태다. 이에 대해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만족하면서 쳐다볼 것이다. 

이번 총선이 '회고적 투표' 즉,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면, 앞으로 대선은 '전망적 투표', 다시 말해 과연 이 정당과 후보가 우리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경제 성장과 복지, 양극화 등 국가적 과제의 해결, 남북 관계에 있어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될 것이다. 더민주 본인들이 이번 총선에서 자기들이 잘해서 또는 어필되어서 이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더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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