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대 총선 때부터 청년들의 선거 참여를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청년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운영한 바 있다.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선두주자로 나섰던 김광진 의원과 최연소 여성의원이었던 장하나 의원이 그러한 케이스로 원내에 입성한 의원들이였고 이들은 나름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젊은 층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바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당헌에 명시된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후보들 중 한 사람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과 관련된 경력이 문제가 되었고 또 다른 후보는 비례대표 심사담당 당직자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특혜 논란이 확산되면서 잠정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잠정 중단을 결정하게 된 경위에 대해 “모든 비대위원이 청년비례제가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도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은 불공정 시비에 휩싸인 청년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당선안정권 밖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유명무실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처음 도입되어 큰 문제없이 시행되었던 제도가 4년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공관위의 미숙한 운영 탓으로 불거진 논란을 빌미로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은 너무나 편의적이고 퇴행적인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는 20대 총선을 ‘이념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경제 프레임’으로 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작금의 경제상황에서 가장 핵심적인 선거이슈의 하나가 12.5%대로 치솟고 있는 청년실업률에 대한 대책이며 양극화 현상의 고착화에 따른 ‘금수저’, ‘흙수저’ 논란,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이 압축되어 표출되는 ‘헬조선’ 절망감에 대한 대안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청년층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그들의 꿈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청년대표를 의회에 진출시킴으로서 젊은 층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도입된 제도를 이렇게 쉽게 무력화 시키겠다는 발상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지역구 공천자를 관리해야 하는 위원회에 비례대표 후보 공천까지 관리하도록 맡기면서 이 같은 문제의 발생 소지가 예견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청년후보들에 대해 충분한 사전심사를 거치고 이를 철저하게 검토를 했다면 이 같은 사단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정치에 관심이 높은 젊은 층들이 이 과정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면 이 같은 논란이 초래할 경우 그 결과가 어떨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당의 공천을 관리하는 인사들의 능력과 판단이 국민일반의 상식에조차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지극히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여권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그나마 젊은 층들의 선거 참여를 북돋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제도마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무력화시킨다면 무엇을 명분으로 젊은이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청년비례제가 무력화 된 것이 공천관리위원장 ‘빽’ 논란과 심사 담당 당직자의 과외시비 때문이라면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선정과정을 지켜보던 많은 젊은이들에게 오히려 또 다른 좌절감을 안겨주고 말았다고 하더라도 결코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지도부가 당선권 밖으로 청년비례 후보를 배정하는 편법으로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은 대단히 옳지 못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운영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중하게 묻되 이 제도의 취지에 동의하여 믿고 참여한 다수의 청년비례 후보들을 대상으로 공정한 심사를 재개하여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려나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 다음 이번 총선이 끝난 이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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