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의 실체, 철저한 진상규명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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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물갈이 대상 40여명의 명단이 들어있다는 살생부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살생부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진 정두언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나한테 '청와대 관계자가 자기한테 살생부명단을 언급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당초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김 대표가 살생부를 ‘친박 핵심 인사’로부터 받았다고 되어 있었는데, 정 의원 얘기대로라면 이 친박 핵심 인사는 바로 청와대 인사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정 의원은 김 대표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살생부 논란에 대해 '말을 바꿔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파장이 커지자 그 같은 살생부를 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그가 굳이 부인하지 않을 수 없었던 속사정까지도 읽게 되는 주장인 셈이다.

새누리당이 긴급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니까 앞으로 정확한 진위가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정 의원이 설명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여당 공천의 칼잡이 역할을 하려 함이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새누리당에서 상향식 공천제를 허물고 사실상의 전략공천을 하려는 움직임은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앞장 서고, 당내 친박계가 이를 엄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청와대발 살생부의 실체가 거론되면서 그 물갈이 시도의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번 살생부 명단과 관련하여 눈길을 끄는 것은 우선 비박계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망라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박계를 무너뜨리려는 의중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친박계 중진들의 이름도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한 바 있다. 비박계를 치기 위한 ‘논개 작전’ 차원에서 친박 물갈이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물갈이를 통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청와대가 원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기반의 강화를 위한 물갈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물론 비박계는 거세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친박계 또한 희생될 수 있는 것이다. 권력의 유지를 위한 냉혹한 논리가 작동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살생부 논란은 우리 정당정치의 기본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그 진상이 철저히 밝혀져야 할 일이다. 집권 여당이 당내 논의를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마련한 공천 룰이 하루 아침에 뒤집히고 청와대의 의중에 따른 공천을 시도한다면 이는 우리 정당정치를 1970~80년대 시절로 되돌려 놓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여권 내에서 ‘진박 마케팅’이 벌어졌고, 이한구 위원장은 대대적 물갈이를 거침없이 공언해왔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이 아니고서야 그런 행보가 가능하겠느냐는 추론들이 확산되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는 여당 공천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번 살생부 파문 뿐 아니더라도, 그동안 청와대가 진박 인사들의 전략공천을 시도한다는 정황은 계속 드러났던 바, 이제는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그러한 행태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이번 살생부의 진상을 국민 앞에 철저히 밝혀야 한다. 상향식 공천제를 확립했다고 공언하던 공당의 공천에 이같이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려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음모정치가 아닐 수 없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김무성 대표가 일을 무조건 덮으려는 태도를 버리고 입을 열어야 한다. 오히려 진상을 밝히고 그리고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집권 여당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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