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새해 벽두부터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좋은 일이 아니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KT와 인터파크는 지난 4일부터 중국 샤오미의 ‘홍미노트3’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샤오미가 이미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만큼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들에게는 충분히 메리트가 있었다.

KT에 가입 시 홍미노트3 16G 제품을 6만9000원, 32G 제품을 11만9000원에 공급하는 것이었던 만큼 시간이 갈수록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프로모션은 불과 이틀 만에 인터파크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바빠서 못 봤거나 프로모션을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들로서는 매우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국내 유수 업체가 진행한 프로모션이 불과 이틀 만에 막을 내린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그동안 인터넷 쇼핑몰에서 갑자기 상품이 사라지거나 프로모션을 중단한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이른바 ‘짝퉁’ 제품을 판매하거나 아니면 인기를 미리 예측하지 못해 상품 수량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서 중단된 경우가 있기는 했었지만, 제품에도 문제가 없고 준비 수량도 여유가 있었던 만큼 갑작스런 프로모션 중단에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KT는 계열사인 KT M&S가 본사와 협의 없이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법률적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프로모션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과연 이 같은 설명을 쉽게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인터넷 쇼핑몰업계에서는 이번 프로모션 중단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본사의 승인 없이 계열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해명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대박이 확실시돼 계열사가 본사와 협의 없이 무리하게 행사를 진행했던가 아니면 사후 승인을 받아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쇼핑몰업계에서는 KT 본사와 계열사 간 커뮤니케이션 누수현상이 발생했거나 본사 승인이 있었지만 단통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조금은 다른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로 틈새시장인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제조사들에게 중국 스마트폰은 국내 상륙은 탐탁지 못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내 스마트폰보다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에 그나마 형성해 놓은 시장마저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KT에 압력을 넣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쇼핑몰업계가 내놓은 관측이나 통신업계 일각에서 제기한 추측 모두 KT에게는 ‘망신살’이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누수가 일어났다면 그건 본사와 계열사 간 업무협력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고, 계열사가 본사 승인 없이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면 시스템을 거슬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제조업체들의 압박으로 인한 것이라면  조금 과장해서 자유무역협정(FTA)가 이미 발효된 한·중 양국의 신뢰를 깨트리는 일로 확대될 수도 있다.

황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달리는 말의 말굽은 멈추지 않는다’는 뜻의 마부정제(馬不停蹄)를 강조했다. ‘고객인식 1등’을 위해 앞만 보고 가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KT는 갑작스런 프로모션 중단으로 고객을 저버렸다. 아울러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도출됐다. 거기에 외압에 굴복했다는 각종 의혹에 휩싸이고 말았다.

2016년에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기술개발, 고객 서비스 등을 제고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황 회장으로서는 ‘줄줄 새는’ KT 내부를 단속하는 것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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